회사 측 누출 물질 수 시간 내 전량 제거 해명
[HBN뉴스 = 홍세기 기자] 헝가리 데브레첸 소재 에코프로BM 헝가리 양극재 공장에서 지난 11일 밤 60㎏의 리튬하이드록시드가 유출되는 산업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대피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지역 환경단체들이 안전관리와 정보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헝가리 매체 444.hu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공장 내부 배관의 과도한 압력으로 유연성 호스가 파열되면서 발생했다. 120㎏ 용량 중 절반인 약 60㎏의 리튬하이드록시드 분말이 공기 중으로 누출됐으며, 자동 화재경보 시스템이 미세입자 구름을 '먼지로 인한 연기'로 오인해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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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 |
에코프로BM 헝가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에 누출된 형태의 리튬하이드록시드는 위험물질로 분류되지 않아 EU 세베소 지침(Seveso Directive) 적용 대상이 아니며, 해당 공정은 시험 생산이 아닌 기술 준비 단계"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누출된 물질을 수 시간 내 전량 제거했으며 위험 물질이 환경이나 시내 공기 중으로 유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의무 대피 과정에서 한 직원이 보호장비를 벗다가 가위에 베이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즉시 응급처치를 받았으며 구급대원이 수 분 내 현장에 도착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현지 환경단체 '미케페르츠 환경 모임'(Mikepércs Mothers for the Environment Association)이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이전부터 데브레첸 배터리 공장들의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환경단체는 당국에 공장 운영 데이터와 환경 보고서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마로시 셰프초비치에게 서한을 보내 "주민들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후스 협약(Aarhus Convention)의 지침이 더욱 강력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헝가리에서는 2020년대 초반부터 배터리 산업 급성장에 따른 환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괴드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에서는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용제 N-메틸피롤리돈(NMP)이 여러 차례 유출됐으며, 그린피스는 폐수 유출에서 NMP를 검출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괴드 배터리 공장의 흑색 분진 배출 부문이 반복적으로 중단됐고, 무허가 운영으로 재난관리 벌금이 13차례 부과됐다.
특히, 데브레첸에서는 중국 CATL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거세다. 2022년 8월 CATL이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때, 독립 여론조사기관 21 쿠타토쾨즈폰트(21 Kutatóközpont)의 조사에 따르면 20만 인구 중 62%가 공장 건설을 반대했다. 주민들은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외국의 영향력 확대 등을 우려하며 수천 명이 참여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그린피스 헝가리는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 "헝가리에서 운영 중인 배터리 공장과 관련 시설들은 오염원이자 심각한 사고의 원인이다"라며 "당국의 취약한 조치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괴드-에르트(Göd-ÉRT) 협회와 공동으로 청원을 시작했고, 배터리 산업의 남용을 변화시키기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여러 공동 활동을 전개했다.
환경단체들은 헝가리 정부가 배터리 공장들을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가진 투자로 지정함으로써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와 단축된 환경 평가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철저한 위험 분석을 방해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에코프로 데브레첸 공장은 에코프로의 첫 해외 사업장으로, 연간 10만8000톤의 양극재를 생산해 약 130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SDI는 2023년 말 에코프로BM과 5년간 34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는 현지 성명에서 "모든 공식 절차가 완료됐으며 공장이 완전히 안전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시험 생산 시작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헝가리 당국과 현지 환경단체들은 배터리 공장들의 안전 관리와 환경 영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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