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연쇄 위기', 자칫 한국경제 멈춘다

이동훈 기자 / 2025-08-18 10:08:33
수출·정유·금융까지 전이 위험
에너지안보 등 글로벌 경쟁력 약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연쇄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수에 이어 서산까지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추진되면서, 수출·정유·제조업·금융까지 얽힌 한국 경제의 뼈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충남 서산과 경북 포항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심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산에는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 중 하나인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가동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지역 상권 매출 감소 등 경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민관합동 실사단은 지난 4일 현장 점검을 마쳤고, 심의위원회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열려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정이 단순한 특정 산업단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위기 신홀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수출과 제조업, 정유와 금융까지 촘촘히 얽혀 있어 위기가 확산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초 산업이다. 합성수지, 섬유, 고무, 화학제품 등은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로 해외에 나가며 무역수지 흑자의 중요한 축이 된다. 그러나 업계 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출이 막히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성장률 자체가 흔들린다. 동시에 외화 유입이 줄어 원화 약세 압력까지 가해져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화학은 정유산업과 뗄 수 없는 구조다.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를 석화업체가 흡수해 제품을 만든다. 그런데 석화 가동이 급격히 줄면 나프타 수요가 급락하고 정유사도 수급·마진 구조가 흔들린다.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 전반이 불안정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자동차, 전자, 섬유, 포장재, 의료 등 한국 제조업의 거의 모든 전방 산업은 석유화학 기초소재에 의존한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절연재, 고무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납기 지연과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는 완성품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고,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여수·서산·울산은 국가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몰린 거점이다. 이들 도시는 플랜트 가동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물류, 숙박, 외식, 소매업이 연쇄적으로 얽힌 ‘산단 경제’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플랜트 가동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지면, 협력업체 일감이 줄고 소상공인 매출이 급감한다. 지방정부 세수도 줄어 지역경제 전반이 얼어붙으며, 결국 상권 공동화와 인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재무 악화는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채권시장 불안으로 확산돼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다른 산업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단순한 기초 소재 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뼈대다. 수출, 정유, 제조업, 지역경제, 금융이 모두 이 축에 연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선제적 개입과 업계의 공동 대응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합성폭풍’으로 한국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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