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억 횡령과 상품권깡...DB증권 부실 내부통제 논란

이동훈 기자 / 2025-06-17 10:23:57
권한 집중과 견제 실패가 만든 구조적 리스크
'사람의 선의'에 기댄 통제 시스템이 부른 비극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DB증권 직원이 회사 인감과 전산 ID를 9년간 무단 도용해 ‘상품권깡’ 수법으로 수백억 원을 사적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금융기관 내부통제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내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와 DB증권 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DB증권 직원 A씨는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355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회삿돈으로 구매해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DB증권

이러한 거액의 범행은 내부 견제 없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 직원은 11번가 법인 계정으로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본인과 아들 명의의 휴대전화로 기프티콘을 발송하고, 이를 할인 판매해 현금화했다. 후불 결제 방식을 악용한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했다.

범행 초기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간 10억 원 내외였던 피해 규모는 이후 매년 급증해 2024년에는 98억 원, 2025년에도 77억 원에 달했다. 회사는 이 기간에 두 차례 내부 감사를 했지만, 포착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문서 위조와 인감 도용이 있었지만, 회사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DB증권 측은 “실제 인장 날인 시점의 기망행위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내부 견제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증권사는 지난달 15일 사건을 인지하고 23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하고 금융감독원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계약·결제·자금 집행 등 핵심 업무가 소수에게 집중된 금융기관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스템적 허점은 언제든 비슷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조직 내 권한 집중과 직무견제 실패가 만든 구조적 리스크의 결과”라며 “한 부서에서 10년간 같은 직원이 동일 업무를 맡아온 구조, 해지되지 않은 전산 ID,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중 확인 체계 등이 사고를 키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바라봐야 할 관점은 ‘누가 범인인가’를 넘어서 ‘왜 가능했는가’에 대한 철저한 자기 점검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금융기관 어딘가에서 제2의 ‘355억’이 조용히 쌓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회사 측도 개인 ID를 이용한 상품권 거래 금지, 거래업체 점검과 발송내역 전수조사, 인감 날인 문서의 준법감시부서 점검 강화, 직무순환제 도입, 임원 공통 책무인 ‘소관조직의 금융사고 예방 책임’ 등 사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DB증권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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