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버티는 자가 이긴다" 체질 전환 사투

이동훈 기자 / 2025-06-27 11:05:47
단기 반등보다 장기 체질 개선에 집중
비핵심 자산 정리·스페셜티 소재 확대
중국 추격 벗어난 프리미엄 전략 본격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침체기 속에 단기 실적 개선보다 장기 생존 전략을 택했다.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흔들리는 업황 속에서도 오히려 스페셜티(고부가 특수화학)와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성장 축 확보에 무게를 싣는 ‘생존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27일 롯데케미칼은 하비엔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업황은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당사 역시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이러한 방향성은 2분기 연속 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실적 전망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KB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분기 약 1900억 원, 3분기에도 약 1000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정기보수, 미중 무역 분쟁, 환율 하락 등의 악재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방어 이상의 변화’에 나섰다. 회사는 에셋나이트(자산 효율화 전략)에 따라 수처리 분리막 공장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고, 기존 범용 화학에서 벗어나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단기적인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7년까지 글로벌 석유화학 증설이 이어지는 만큼, 버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미래를 대비한 변화에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비슷하게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특화된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 중이다. 회사 측은 “중국 등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 기반의 제품, 즉 모두가 할 수 없는 분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프리미엄 소재 경쟁력을 확보해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 우위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등 해외 사업도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며, 중장기적인 실적 반등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초기 가동 비용으로 인해 단기 수익성 기여보다는 전략적 전진기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방산,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현재 대부분의 산업이 힘든 상황”이라며 “케미칼 업계도 구조적 반등을 위해서는 인내와 꾸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저성장기 체질개선’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택한 길은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버티기’ 전략이 아니다”며 “전방위적 위기 속에서 비효율을 덜어내고, 핵심 경쟁력을 집중 육성해 구조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실질적 체질 전환”으로 평가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Deep-Down Cycle에서 비주력 사업부 정리, 정부 구조조정 협조, 가동률 조정 및 최적화 등 기업이 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을 총 동원 중이다”며 “ 단기적으로는 2분기 정기보수 이후 3분기부터 적자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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