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대미투자 승부수...헛물이었나

이동훈 기자 / 2025-08-29 10:58:10
36조 원 베팅에도 미국 관세 폭탄, 실적 압박 '가시화'
토요타, 1221억원 대미투자에도 영업이익 감소폭 적어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4년간 미국 시장에만 수십 조를 쏟아부으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고율 관세 부과, 소비 둔화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실적 개선 효과는 당초 예상보다 미미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5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260억 달러(약 36조원)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생산 현지화를 위해 총 210억 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젠슨황 엔비디아 회장(오른쪽)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추가 투자 중점 분야는 제철, 자동차, 로봇 등 미래산업으로, 회사 측은 이번 투자로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이 더 확대되고, 양국의 경제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구상과는 달리, 대미투자 결과가 기대만큼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부품에 적용되는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를 합의했지만, 품목별 관세 인하를 위한 대통령 행정명령(무역확장법232조)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조6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조8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12.7% 줄었다. 감소 폭은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관세로 인한 2분기 영업이익 감소분을 8282억원으로, 기아는 786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두 회사의 합산한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1조6140억원에 이른다.

증권업계는 판매량은 선방했지만, 관세 부담이 원가를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수익성 방어가 어려운 구조로 분석한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도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기준 8282억원(*현대차)의 관세 영향이 있었고, 풀쿼터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맞다. 2분기 대비해 3분기, 4분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효과는 일부 있었다. 현대차·기아의 2분기 관세 부담은 경쟁사인 토요타(약 4조원), 폭스바겐(약 2조 1천억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율성은 떨어진다. 토요타는 웨스트버지니아 공장에 8800만달러(약1221억원) 수준을 투자할 계획이며, 폭스바겐은 전기 픽업 및 밴 생산을 위한 미국 채터누가 공장을 확장하는 것을 것과 아우디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3곳의 후보지를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적용받는 관세 역시 현대차와 동일한 15% 수준이다. 토요타는 2분기 영업이익 1조1661억 엔(약 10조9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9% 줄었다. 이는 현대차보다 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5% 관세율을 기정사실화한 뒤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다고 본다.

사실이라면 현대차그룹은 정치·외교 변수에 대한 오판 속에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한 셈이다. 그 전략적 판단의 타당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미국 중심 전략의 편향성에 따른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규정 강화와 전기차 보급 둔화는 현대차그룹의 투자 효과를 잠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핵심광물 및 배터리 소재의 북미 조달 비율 기준이 상향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과 관세 정책은 정권과 정치 환경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올인한 전략은 중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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