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김건희 특검의 '집사게이트'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HS효성은 APEC 의장 활동을 내세워 소환을 연기했다가 압수수색까지 당하며 수세에 몰렸고, 카카오모빌리티는 김범수 창업자 대신 류긍선 대표가 출석해 협조적 자세를 보였지만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키움증권은 'CFD 사태 이전 투자결정'이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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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 [사진=연합뉴스] |
◆ HS효성, 'APEC 의장' 카드로 소환 연기, 압수수색까지 당해
HS효성은 김건희 특검 수사에서 가장 강한 저항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애초 지난달 21일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 활동을 이유로 해외 출장 일정을 내세워 소환을 연기했다.
HS효성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 부회장은 APEC 의장으로 사전에 정해진 공식 해외 일정과 3차 회의를 주관하느라 소환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특검 소환 일정을 조정 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이 지난 1일 HS효성 본사와 IMS모빌리티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검의 강수에 주가도 즉시 반응해 장중 5% 이상 하락했다.
조 부회장은 결국 4일 특검에 출석하기로 했다. HS효성 측은 여전히 "정상적인 투자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특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HS효성은 평소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재무리스크는 재무실장이, 비재무리스크는 경영전략실장과 지원실장이 담당하며 각 분야별 담당 부서를 지정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오너의 개인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사법리스크로, 기존 시스템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조 부회장의 국제적 위상을 활용한 시간끌기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 카카오모빌리티, '김범수 카드' 활용한 방어전략
카카오모빌리티는 상대적으로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소환 대상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달하자, 류긍선 대표가 대신 출석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류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21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류 대표는 "IMS 측에 투자를 지시한 사실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검의 핵심 의혹은 카카오모빌리티 전 CFO와 김예성 씨의 친분관계다. 지난달 19일 소환된 전 CFO 이모 씨는 김씨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IMS모빌리티 투자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자 당시 '김건희 집사'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반하는 정황들이 다수 확인됐다.
카카오는 2024년 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를 출범하고 계열사 자율경영을 사실상 종료했다. 주요 투자 결정 시에는 김범수 창업자와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IMS 투자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였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개인적 친분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 키움증권, 선제적 해명과 승계 이슈 부각
키움증권은 이들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특검 조사를 받은 후, 키움증권은 즉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키움증권 측은 "투자의사 결정은 CFD 사태 이전인 2023년 2월에 이뤄졌다"며 "전산 기록이 남아있고 시점상 CFD 사태보다 투자결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IMS모빌리티 투자를 위한 오아시스 3호펀드가 2023년 6월에 결성됐는데, 4개월 전에 이미 투자의사가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은 "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한 조합에 출자한 단순 재무적 투자였다"며 "사업성과 투자 안정성,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또 "전략적 투자자 및 대주주가 후순위 출자를 통해 리스크를 완충한 구조였고, IMS는 국내 유일의 보험대차 차량 중개 플랫폼으로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기업'으로 선정된 유망 벤처다"라고 설명했다.
다우키움그룹은 현재 경영 승계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김익래 전 회장의 장남 김동준 씨가 6월 말 키움증권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검 수사가 경영 승계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다우키움그룹 순이익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오너리스크가 재부상할 경우 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HS효성·카카오모빌리티·키움, 장기전 대비 필요
세 기업 모두 '정상적인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이미지와 주가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HS효성의 경우 조현상 부회장의 APEC 의장 활동 등 대외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룹 전체의 신뢰도 회복이, 키움증권은 안정적인 승계 완료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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