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속 매출·현금흐름 개선...바람픽쳐스 가치 재조명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 임원진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사법리스크가 항소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적자투성이였던 바람픽쳐스의 최근 재무 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전 대표에게 중형을 구형했지만,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현실적이고 확정적인 회사 손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부 인사가 실소유한 회사에 ‘웃돈’을 얹어준 거래 구조의 이해상충 문제와 절차적 객관성 훼손 여부를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최종 유무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12억 5000여만 원을,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에게는 징역 8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드라마 제작사 인수 과정에서 내부 통제 절차를 무력화하고 외부 실사 없이 거래를 강행했으며, 이후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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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
두 사람은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매각 대가로 319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12억 5000여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회사 손해 발생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문장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고가 인수’ 자체가 아닌, 해당 거래로 인해 회사에 현실적이고 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설립 이후 인수 당시까지 매출 없이 비용만 발생하는 상태였고, 2020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당시 식별 가능한 순자산 공정가치는 5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카카오엔터는 약 400억 원을 투입해 회사를 인수했고 이 중 대부분이 영업권으로 계상되며 ‘고가 인수’ 논란이 촉발됐다.
인수 이후에도 단기간 실적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00억 원대와 수십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장부상 기업가치가 크게 감소했다.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회사 손해 발생’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HBN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바람픽쳐스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재무 흐름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바람픽쳐스는 2025년 매출 약 270억 원을 달성하며 외형이 확대됐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0억 원 이상으로 집계돼 현금 창출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제작사의 특성상 제작비 선투입 이후 수익이 지연 반영되는 흐름이 재무 지표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양상은 단순히 ‘비싸게 샀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1심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기업은 인력과 IP(지식재산권) 가치가 핵심 자산인 만큼, 초기 재무 상태보다 향후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요동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람픽쳐스는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주요 작품들이 해외 플랫폼에서 흥행하며 IP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어, 인수 당시의 투자 판단을 단순한 실패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 시장 일부에서는 이러한 거래 방식이 반복될 경우 내부 통제 장치가 무력화되거나 객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내부 인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는 본질적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은 결국 사람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특성상 내부 인사와 거래가 얽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격 자체보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내부 통제 수준이 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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