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첫해부터 무너진 독과점 견제장치?
아시아나 "시스템 오류" 해명…31억 환원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시행 1년 만에 틈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노선에서 운임 상한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역대 최대 규모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운임 인상부터 서비스 저하, 조직 내 갈등까지, 결합의 후유증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노선에서 운임 상한을 위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광주-제주 등 4개 노선에서 운임을 인상한도 보다 1.3%에서 최대 28.2%까지 초과해 총 6억8000만 원의 초과 운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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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
이에 공정위는 항공사 측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법인 자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운임 상한제 등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장치를 부과했다. 양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게 된 상황에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결합 첫해부터 그 핵심 조항이 위반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안을 “운임 관리 시스템의 오류”라고 해명하며, 사후 조치로 총 31억5000만 원 상당을 승객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우처 제공, 특가 항공권 판매, 할인 쿠폰 배포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2023년부터 2034년 말까지 이어질 시정조치의 첫 이행부터 핵심 조항이 어겨진 점은 심각하다”며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결합 이후 초래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가 하나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사에 대한 우려는 운임 문제 외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합을 앞두고는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중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 업체 이관 과정에서 일시적 메뉴 품질 저하 및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프리미엄 항공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결합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사 직원 간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객실 승무원 직군을 중심으로 근무 형태와 노선 배정, 복지 제도 등에 대한 이질감이 고조되면서 일부 노조에서는 “통합 이후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출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견제 장치’들은 결합 1년 차부터 삐걱거리며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대 항공사의 결합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는커녕 오히려 ‘규모의 불편’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결합 당시 내세운 명분이 실제로 공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이제는 냉정하게 되짚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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