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관 독주 막으려면 검찰 보완 통제 유지해야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경찰 부실수사 의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경찰 송치 이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정황과 증거 누락 문제가 추가로 드러나고, 피의자 가족과 수사팀을 둘러싼 증거인멸·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견제 필요성이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이 논쟁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광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를 경찰은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정밀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 정황이 확인됐다.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됐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도 충분한 분석 없이 사건을 넘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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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깃발 [사진=연합뉴스] |
부실수사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결박에 쓰일 수 있는 케이블타이를 피의자 차량에서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고, 성범죄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리얼돌 실물도 사진만 남긴 채 확보하지 않았다. DNA 감식 보고서는 송치 때 누락됐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였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아버지는 범행 사흘 만에 아들 숙소에서 리얼돌 등 증거를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고, 당시 수사팀장이던 경감은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아직 재판으로 최종 판단이 내려진 사안은 아니다. 경찰 송치 단계에서 사건의 무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만큼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성범죄 정황과 증거 누락 문제는 뒤늦게라도 드러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문제는 다른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에서 경찰은 최초 수사 당시 30대 남성 1명만 가해자로 입건해 불구속 송치했고, 검경 사이 세 차례 보완수사 요구가 오간 끝에 다른 1명이 공범으로 특정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피의자 자택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자 “죽여버리려 했다”는 취지의 녹취와 증거인멸 모의 정황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들은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경찰 수사에 빈틈이 있거나 사건의 무게가 축소됐을 때 누가 다시 들여다볼 것인가. 증거가 사라지고 가해자가 불구속으로 송치될 때, 검찰이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만 판단하면 충분한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검찰 직접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놓일 경우, 견제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경찰도 행안부 체계 안에 있고 중수청도 같은 행정권 안에 놓인다면, 두 기관이 실질적으로 독립된 견제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상급 부처의 의중이 수사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 독립적 견제의 뿌리는 헌법에 있다. 헌법은 검사의 존재를 명문으로 전제한다.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은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발부한다. 수사기관의 강제력이 시민의 신체와 주거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에,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한 차례 통제하도록 둔 장치다. 검찰청이라는 이름은 바뀔 수 있고 기능도 조정될 수 있지만, 검사에게 맡겨진 강제수사 통제 기능까지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잘못한 검사는 감찰과 징계, 형사처벌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경찰 일부의 과오가 경찰 전체를 부정할 이유가 될 수 없듯, 검찰 일부의 과오가 검찰이 해 온 통제 기능을 지울 근거는 될 수 없다.
한쪽의 잘못을 이유로 다른 한쪽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균형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수완박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을 지키는 안전판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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