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 무너진 미국, 현대건설·두산에너빌 등 각광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원자력 발전이 이제는 다시금 글로벌 에너지 산업과 관련 시대정신의 중심에 서고 있다. 미국,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원전 부활을 공식 선언하며,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누가, 어떻게 원전을 짓는가’에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 두산에너지빌리티를 필두로 축적된 기술력과 안정된 공급망을 갖춘 한국 원전 산업이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KB증권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원자력 산업 부흥 선언과 관련해 강력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앞으로 25년 내 원전 발전량을 4배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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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원전 르세상스' 시대,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등 한국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
NRC(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 원자력 에너지 연구 혁신, 연방정부 토지 내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우라늄 채굴 및 농축 확대, 신규 원전 허가 기간 18개월로 단축 등 일련의 정책들은 AI, 데이터센터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원자력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 러시아 등과의 원전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위기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전 세계 신규 원전의 87%가 중국과 러시아 설계에 기반해 건설됐다는 점이 미국 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 역시 탈원전 정책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 원자력 정책의 대전환을 공식화한 것. 벨기에는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 부활을 결정했다. 독일은 EU 내 원전 인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하며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스웨덴은 신규 원전 건설 예산을 승인했다. 덴마크 역시 40년 만에 탈원전 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이제 원자력의 귀환은 논쟁의 대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라는 글로벌 이슈, 그리고 AI 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이 원자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전산업의) 논의의 초점은 ‘원전이 돌아오는가’에서 ‘누가, 어떻게 지을 것인가’로 옮겨갔다”고 정의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원전 산업은 긴 공백기 동안 공급망이 상당 부분 훼손되었으며, 실제로 미국은 1978년 이후 단 2기의 원자로만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각국은 이제 현실적으로 원전 생산과 건설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비에이치아이 등 한국의 원전 관련 기업들이 투자자와 글로벌 발주처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2기 설계 계약, 슬로베니아·핀란드 신규 원전 사업 후보 선정 등 유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중동 UAE 바라카 원전 성공 경험 등은 한국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캐나다 캔두에너지와 글로벌 원전 사업 협력 우선 공급사로 선정되며, 중수로 분야에서도 세계적 입지를 강화했다. 이는 한국 원전 부품·설비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신뢰도를 입증한다.
특히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한국의 기술력과 공급망 안정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미국에서 원전 확대 정책이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자체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는 생태계가 붕괴돼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조선업과 비슷한 구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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