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장 설정, 최첨단 항공모함 무력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전쟁이 기술을 바꾸고, 기술은 다시 전장을 바꾼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7월 10일 오전, 무인이동체들이 가상의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실종자 수색 드론, 다족보행 로봇, 자율주행 소방차, 분산형 자폭드론까지...‘실전 시나리오 기반’ K-방산 기술의 총집결.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UWC 2025)’는 기술 박람회라기보다, 전장의 미래를 그린 전략 보고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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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UWC 2025)’ [사진=하비엔뉴스] |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6개 부처가 공동 주최하고, 코엑스·한국무인이동체연구조합 등이 주관했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 방산 3사의 경쟁은 ‘미래전의 주도권’을 향한 실전형 기술 대결로 압축됐다.
◆ LIG넥스원, 해군 가성비 전략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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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이보진 소령이 LIG넥스원의 무인기뢰탐색드론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비엔뉴스] |
LIG넥스원은 이번 행사에서 해군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수중 무인체계, 즉 자율항행 기뢰탐색드론(AUV)을 최초로 대중에 공개했다.
무인 수상·수중 전력의 미래를 상징하는 전력으로 꼽히는 이 시스템은 실제 작전 환경을 고려한 실전 테스트를 마치고, 전력화 직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현장에 나온 해군 이보진 소령에 따르면, 이미 양산시기까지 정해진 시기라고 한다.
◆ 한화, ‘토탈 방산솔루션’으로 미래전장 선도…위성기술로 타사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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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전차 [사진=하비엔뉴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방산은 육해공 전역에서 무인이동체 전략을 전개 중이다. 특히 해군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는 위성통신 기반의 네트워크 중심전(NCW) 구현 능력으로 타사 대비 월등하다는 평가다. 스타링크와 유사한 위성 통신 체계까지 염두에 둔 한화의 기술력은, AI 기반 무인체계와의 융합을 통해 ‘지구-우주-해양’을 연결하는 입체전 구상에 닿아 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미래형 해군 자폭드론 개발을 두고는 LIG넥스원과의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는 전장 전개 능력과 타격력 그리고 스텔스 성능까지 포함한 다중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AI+자율+교란+선제타격’ 기술의 집약체라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보진 해군 소령은 “현재 무인드론 10대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으며,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달하는 함정을 단 한 기의 드론으로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조잡한 고무보트로 만든 저가형 자폭드론이 고가의 함정을 무력화한 사례에서 착안한 전략. 현재 해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포함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모델화해 드론 개발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현대로템, 도시작전형 로봇 전개…“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대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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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개발한 무인소방로봇 [사진=하비엔뉴스] |
K-방산의 아이콘 현대로템은 자사의 특기인 육상 기반 무인전투체계 전시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화염 속 진입 가능한 무인소방차, 자율주행 무인전차 등이 도심 테러 대응과 재난 구조 작전을 상정해 구성됐다. 현대로템 관계자에 따르면 무인소방차는 소방청에 연말까지 납품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가지 작전용 다족보행 로봇도 주목받고 이다. ‘서울 도심’에서 발생 가능한 대테러 상황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이 로봇들은, 전장에서 병력을 대신해 진입·탐색·제압을 수행하는 용도로 진화 중이다.
눈길을 끈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육군이 개발 중인 ‘대(對)드론용 드론’이다. 이 무인기는 전장 내에서 3km 이내 드론을 탐지·무력화하며, 병력과 함께 기동하는 체계로 설계됐다. 그러나 아직 완성형이 아닌 실험 단계이며, 실전 배치는 시기 미정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민간기술과 융합된 ‘K-무인체계’…“이제는 작전의 중심”
유맥에어 등 중소기업들도 특정 임무 기반 드론을 전시했다. 실종자 수색, 대드론 작전, 전략정찰 등 실전성 높은 ‘임무 드론’들이 다수 출품됐으며, 이는 군사작전 외에도 재난 구조, 국경 감시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론이 단지 하늘을 나는 기술이었던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 전장에서는 그들이 작전의 ‘중심’이 되고 있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미래 전장을 설계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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