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하이센스 공세에 맞선 LCD 마지막 승부수
QD-OLED·RGB LCD·마이크로LED 3파전 본격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초대형·프리미엄 TV 시장에 변화를 예고했다. RGB 초미세 LED 백라이트로 색·명암을 정밀 제어하는 이 기술은 미니LED와 OLED 사이에서 LCD 화질을 끌어올린 ‘브리지’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번 출시가 QD-OLED·RGB LCD·마이크로LED 3강 경쟁을 촉발하고, 중국 TCL·하이센스의 RGB 미니LED 공세에 따른 프리미엄 OLED 잠식 우려에도 대응할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12일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이 TV는 115형 초대형 화면에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RGB LED 칩을 백라이트로 적용, 빨강·초록·파랑 색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해 색 재현력과 명암비를 높였다.
기존 고급 LCD TV가 화이트 LED를 백라이트로 쓰고 컬러필터를 거치는 구조였다면, 마이크로 RGB는 빨강·초록·파랑 LED를 각각 미세한 단위(100㎛ 이하)로 배열해 색을 원천에서 나눈다. 색 순도 손실이 적고, 명암 표현력도 OLED에 근접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백라이트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LCD의 수명을 연장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 단순 스펙 경쟁 넘어, 시장 판도 흔드는 ‘브리지 전략’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이크로LED 계열은 50%대 고성장이 점쳐진다. 하지만 완전 자발광 마이크로LED는 가격과 생산 수율 문제로 대중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RGB TV’에 적용된 신기술을 이 틈을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니LED보다 고급화된 화질을 제공하면서도, 자발광 대비 가격 문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15형 마이크로 RGB TV 출고가는 약 4500만 원. 초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지만, 1억 원대 자발광 TV보다는 접근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초대형 TV 카테고리 안에서 QD-OLED vs RGB 백라이트 LCD vs 자발광 마이크로LED라는 3강 구도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 경쟁사와의 거리 좁히기, 혹은 벌리기
중국 TCL·하이센스 등은 이미 RGB 미니LED 기반 초대형 TV를 상용화하며 가격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는 OLED TV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마이크로 RGB’ 기술은 프리미엄 LCD 영역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시장은 ‘스펙 시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밝기·색상 구현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HDR 콘텐츠 제작이 아직 P3 색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BT.2020 100% 색역이 실질적으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공급망·부품 산업에도 파급
마이크로 RGB 채택은 부품·소재 산업에도 파급을 미친다. 초소형 LED 칩, 특히 레드 칩의 효율과 내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정밀 전류 제어가 가능한 드라이버 IC 수요도 늘어난다. 광학 설계, 방열 기술, 캘리브레이션 장비 등 후방 산업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기술이 ‘일회성 쇼케이스’로 그칠지, 프리미엄 TV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2~3년이 관건이다.
업계 한 분석가는 “초대형 TV는 양산 효율·가격 안정·콘텐츠 대응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며 “마이크로 RGB는 LCD의 완성형이자, 자발광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평가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은 지금, 색과 명암을 둘러싼 ‘정밀 제어’ 경쟁에 들어섰다. 마이크로 RGB의 등장은 단순히 한 제품의 스펙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LCD가 꺼내든 마지막 승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경쟁사들도 RGB 기반 백라이트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초대형·프리미엄 TV 시장은 앞으로 QD-OLED vs RGB LCD vs 마이크로LED의 3강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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