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통합 전장 시대, 패권은 '토탈 솔루션'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천궁-III 체계 개발에 한화가 전면 등판했다. 주목할 건, 단순한 수주 경쟁이 아니라 ‘미래 전장’을 바라보는 한화의 안목이다. 이는 록히드마틴처럼 완성형 방산 역량을 갖춰 수출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로 받아들여진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천궁-III 체계 개발 사업에 나란히 입찰했다. 그간 유도탄, 레이다, 발사대 등 부품을 담당하던 한화가 체계종합 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체계종합은 LIG넥스원의 전유물이었지만, 한화는 이번 입찰을 통해 ‘완전한 전장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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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타링크? 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한 한화시스템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 가상도 [자료=한화시스템] |
한화의 구상은 단순한 방산 수주 경쟁을 넘는다. 향후 전장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센서-무기-통신-지휘체계가 하나로 연동되는 ‘시스템 통합 전장’으로 전개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무기보다 전체를 설계·통합할 수 있는 기업이 절대적 우위를 갖게 된다.
즉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스타링크처럼 우주 기반 통신, 위성망 통제, 저궤도 우주플랫폼, 지휘통제시스템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하는 ‘미래형 전장 패키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는 이미 유도탄(한화에어로), 레이다 및 통제체계(한화시스템), 위성통신(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마치 록히드마틴이 ‘전장 토탈 솔루션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던 조건과 유사하다.
실제 한화는 2015년부터 방산 자회사들을 잇따라 통합·재편하며 기술과 자본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국내에서 보기 드문 ‘토탈 디펜스+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화가 이번 천궁-III 체계 개발 경쟁에 전격적으로 참여한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천궁-II의 이라크 수출 갈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궁Ⅱ에서 한화 측은 위상배열레이더와 수직 발사대 등을, LIG넥스원은 미사일 체계 통합을 담당하며 교전 통제소를 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LIG넥스원이 한화 측과 납품 가격, 납기 날짜를 합의하지 않은 채 이라크 정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게다가 수출 물량, 납기, 금액 등도 대외비로 했다. 당시 한화 측은 “합의가 안돼 납품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국회와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서면서 ‘원활한 수출’에는 동의했지만, 양사 간 협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입찰한 배경에는 기존 파트너사인 LIG넥스원과의 이해관계 조정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천궁-II의 이라크 수출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수출 일정이 지연된 사례는, 한화가 ‘종합 주체’로서의 역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힘을 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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