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담보' 의혹 "적극적 기망" 판결...배상액 훌쩍

이동훈 기자 / 2026-06-05 15:02:43
1심 상계 인정 뒤집은 항소심…반환 부담 139억서 402억 확대
수사기관, 메리츠 사기 혐의는 무혐의...HBN 질의엔 답변 없어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메리츠증권이 설비 매매 관련 분쟁 항소심에서 담보권 실효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이득금 반환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메리츠증권의 행위를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닌 '적극적 기망행위'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1심에서 일부 인정됐던 상계 주장을 배척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7-3부는 지난달 22일 건설자재기업 앤트버즈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메리츠증권 본사 [사진=메리츠증권]

항소심 재판부는 메리츠증권이 앤트버즈와 채권 및 담보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담보권 실효 가능성과 그 법률적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앤트버즈가 SK스페셜티의 설비 철거 방해 가능성을 우려하자 메리츠증권이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를 고의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적극적 기망행위로 봤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던 메리츠증권의 상계 주장은 항소심에서 배척됐다.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앤트버즈가 계약 과정에서 얻은 이익을 공제해야 한다는 메리츠증권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약 139억원 반환을 명령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상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메리츠증권의 반환 부담액을 총 402억여원으로 늘렸다.

사건은 2021년 비케이탑스가 신라산업으로부터 경북 상주 소재 웅진폴리실리콘, 현 SK스페셜티 공장 설비를 약 310억원에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비케이탑스는 설비 매입 자금 조달을 위해 총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메리츠증권은 이 가운데 100억원 상당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은 해당 설비에 대한 동산근담보권을 설정받았다.

그러나 2021년 11월 신라산업의 지위를 승계한 SK스페셜티가 설비 철거에 제동을 걸면서 비케이탑스는 계약상 기한인 2022년 1월 31일까지 철거를 마치지 못했다. 이후 법원 조정 등을 거치며 비케이탑스는 설비에 대한 처분 권한을 상실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의 담보권 역시 SK스페셜티에 대항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앤트버즈는 2022년 3월 비케이탑스로부터 해당 설비 등을 약 380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동시에 메리츠증권과 비케이탑스 관련 채권 및 담보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SK스페셜티 측 반대로 설비 철거는 진행되지 않았고, SK스페셜티는 2022년 8월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 행사 차원에서 해당 설비를 직접 철거했다.

이에 따라 앤트버즈는 매수한 설비를 중고 설비나 철스크랩 형태로 처분하려던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앤트버즈는 2023년 8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앤트버즈는 또한 메리츠증권을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나 경찰은 2023년 11월, 검찰은 2024년 12월 각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현재 앤트버즈 측은 이에 대해 항고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앤트버즈는 1심에서 SK스페셜티를 상대로도 설비 철거가 처분 권한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처분 권한이 SK스페셜티에 유효하게 귀속됐다고 보고 해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메리츠증권의 실제 부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부터 적용되는 연 6~12% 수준의 지연손해금까지 반영될 경우 부담액이 5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종 부담 규모는 향후 상고심 결과와 지연손해금 산정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 판단으로 아직 확정판결은 아니다. HBN뉴스는 메리츠증권 측에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입장과 실제 앤트버즈 측에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는지 등을 질의했지만 "재판과 관련해 따로 특별히 드릴 말은 없다"는 입장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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