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노사갈등 격화...권고사직 거부자 대상 '7천자 시험' 논란

홍세기 기자 / 2025-06-17 15:45:04
권고사직 거부 직원 100여명에 과도한 교육 프로그램 강요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SK그룹 전반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SK쉴더스가 권고사직을 거절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분량의 시험을 포함한 '역량 향상 교육'을 실시해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는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맞물리면서 SK쉴더스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1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9일부터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 약 100여명을 대상으로 전국 5개 교육장에서 2주간 역량 향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말부터 대상자에게 개별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으며, 이를 거절한 직원들에게 이 같은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다. 

 

  SK쉴더스 [사진=연합뉴스]

 

◆ 직무와 무관한 교육 내용에 과도한 시험 분량


SK쉴더스 노조가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다. 교육 대상자들은 경영, 영업, 정보보안 등 각자의 전문 분야와는 무관한 자기 성과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일반적인 역량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교육이 직무와 관계없는 내용이라며 교육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9시간씩 진행되며, 매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1000자 분량의 서술형 시험을 치러야 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에는 배점이 가장 높은 7000자 분량의 서술 시험을 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총 10회의 교육과 시험을 진행하며, 100점 만점에서 특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2차 교육을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권고사직 대상자를 정한 회사의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중징계를 받고도 권고사직 대상에서 제외된 직원이 있는 반면, 장기 육아휴직자나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 등이 포함되어 있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병가 사용자 등도 포함되어 있어 노동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노사갈등 격화


SK쉴더스의 노사갈등은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개월간 SK쉴더스 현장에서만 노동자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현장 출동 중 교통사고, 올해 4월 주차게이트 압착사고, 이달 3일 고소작업차량 추락, 6일에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까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건은 SK쉴더스 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이다. 노조는 "연이은 직원 사망 사고에도 사측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는 등한시하면서 장기근속자 위주의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통해 오로지 지배주주인 사모펀드 EQT의 수익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 노조 "산재 대책 마련 없이 구조조정만 추진" 규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SK쉴더스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SK쉴더스 삼성동 사옥 앞에서 'SK쉴더스 규탄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를 규탄했다. 결의대회에는 약 300명이 참석했다.

김용호 SK쉴더스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산재사망에 대한 공식 사과도, 재발 방지도 외면한 채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과 압박성 교육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EQT가 최대 주주가 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며 "기대했던 사업 수익이 안 나오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EQT파트너스 인수 후 노사관계 악화
 

SK쉴더스의 노사관계 악화는 2023년 스웨덴계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본격화됐다. EQT파트너스는 2023년 약 2조원을 들여 SK스퀘어와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SK쉴더스 지분 68%를 인수했으며, 나머지 32%는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다.

김용호 노조 위원장은 "사모펀드 EQT자본이 SK쉴더스 지배주주가 되면서 노사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며 "EQT는 한국 시장에서 인프라, 사모펀드, 부동산 사업을 벌이며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EQT파트너스는 올해 총 3조3000억원 규모로 SK쉴더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다. 이는 2023년 인수 당시 2조3500억원보다 큰 규모로, 차입 주체가 EQT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서 SK쉴더스 본사로 이동하면서 금리도 기존 7%대에서 5% 초반대로 낮아졌다. SK쉴더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4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464억원) 대비 205% 증가했다.

회사 측 "구조조정 아닌 역량 향상 교육" 반박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SK쉴더스 관계자는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은 퇴직을 유도하거나 불이익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권고사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권고사직을 전사적으로 통보한 적은 없지만, 인사 제도 점검 차원이나 구성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면담 등을 시행한 것으로 안다"며 "우려스러운 점은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회사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필요한 소통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SK쉴더스 매각설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전혀 계획된 바 없다"며 "아무래도 대주주가 사모펀드이다 보니, 항상 프레임처럼 '구조조정을 한 뒤 값을 올려서 매각하려고 한다'고 보는데, 전혀 그런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 보안업계 양극화 속 SK쉴더스 성장세
 

SK쉴더스는 국내 보안업계가 양극화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2조47억원으로 7% 증가했으며,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수출 매출이 976억원으로 전년(698억원) 대비 40%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했다.

회사는 2021년 ADT캡스와 SK인포섹의 합병을 통해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아우르는 종합 보안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으며, 2023년 대주주가 SK스퀘어에서 글로벌 투자사 EQT파트너스로 바뀌면서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쉴더스는 미국, 중국, 헝가리에 법인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보안관제 솔루션 기업 시큐레이어를 인수하는 등 정보보안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EQT파트너스와 SK스퀘어가 공동 경영하기 시작한 이후 첫 대규모 투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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