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 국내 반도체…"초격차 만으론 못 버틴다"

이동훈 기자 / 2025-07-09 15:40:29
AI·데이터 수요 급증 속 미·중 압박 가속…특별법 시급
3000조 시장 눈앞인데 인프라는 제자리…민관 총력전 절실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한번 분기점에 서 있다. 데이터센터·AI 수요 급증이라는 호재가 나타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으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반도체 산업 자체가 전례 없는 구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진입했다는 신호도 함께 감지되고 있다.


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I와 데이터센터 중심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규모가 700조 원에서 3000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기적 기회이자 공급 역량과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중장기 압박이 동시에 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생산 공정중 EUV 프로세싱 가상도.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실제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던 국내 파운드리 업계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을 계기로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부가 메모리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넘어, 위탁개발생산(FDS)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의 이면에는 구조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메모리·파운드리 추격을 경고했다. 과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중국은 상식을 뛰어넘는 자금 투입과 물량 공세를 통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또한 미국은 CHIPS Act에 이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까지 통과시키며 자국 기업에 대한 세제·재정적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연간 20조 원 이상의 R&D 투자를 감행하는 인텔 등 대형 기업들이 국내 지출에 대해 100% 비용 처리 혜택을 받게 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는 더욱 비대칭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초과 수요로 인한 기회의 창은 길지 않다”며 “적기 공급 역량 확충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합의안 도출과 통과, 그리고 토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적시 공급 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AI 수요 급증이 TSMC의 선단공정 독점을 흔드는 동시에 한국에도 파운드리 입지 확보라는 구조 개편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초격차’보다 ‘공급망 내 역할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법제화 수준을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인프라·정책 연계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의 AI 정책자금도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산 기업에 조달 형태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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