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법, 법조계 일각 "헌법 상 평등·재판권·삼권분립과 마찰소지"
[HBN뉴스 = 정재진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경우 재판을 중지하는 이른 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선회했다. 성급한 추진으로 인한 여론 악화와 위헌 논란 등을 감안한 중단이라는 해석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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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당사. [사진=연합뉴스] |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2일) 해당 법안을 두고 '국정안정법'이라고 명명할 것이며 국회 본회의에 계류된 만큼 이번 달 내 처리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민주당 등 범 여권 성향의 국회의원 의석 수가 전체 300석 중 190석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불과 하루만에 추진 중단을 택한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관세협상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 홍보 등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으며 당 지도부를 통해 대통령실과 논의와 조율을 거친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3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법 사건을 서울고법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다음 날 이 법을 발의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6월 해당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후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다. 그러나 대선 이후 각 재판부가 대통령 관련 재판의 진행을 중단시키고 '대통령 방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 추진은 보류돼 왔다.
민주당이 전날 갑자기 법 제정에 대한 강행 카드를 들고 나온 데에는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까지 모두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각 재판부들은 '대통령은 선거 후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당하진 않는다'는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를 이유로 공판을 추후에 지정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전 행위와 관련한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지 재판 기일을 잡아서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변한 게 민주당의 법 제정 추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서울고법에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이 계류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8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8년, 남욱 변호사 4년, 정영학 회계사 5년, 정민용 변호사 6년 등 징역형을 선고하고 전원 법정구속한 판결도 민주당의 법 제정 추진 의지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측근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를 알았는지와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분배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선 판결문에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배임이 당시 성남시 수뇌부의 승인하에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 씨가 배임 사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데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들(재판을 받는 5명)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성남시장 재선에 조력했고 정진상과 김용 등의 주대를 결정해 주매 성남시 및 공사 관계자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이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 제정 추진 중단을 택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만큼 '위인설법(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든다)' 논란에 더해 법안 명칭을 국정안정법으로 바꿔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여론의 비판에 부딪히는 것이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 제정 시 위헌 가능성도 지적한다. 이들은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 27조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한 위헌 여부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크다"며"이밖에 삼권 분립과 관련한 40조 입법권은 국회, 66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 101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있다는 조항을 두고 위헌 관련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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