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우리은행이 지난 2022년 4월 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이하 강남빌딩) 빌딩 인수 당시 소유권이전 등기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가 3000억원대의 이 빌딩은 시행사(시선RDI)와 시공사(두산중공업, 현 두산에너빌리티)간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는 29일 관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강남빌딩은 지난 2011년 완공 이후 시선RDI와 두산중공업간 소유권 분쟁(본보 2021년 11월24일자, 2024년 7월23일·8월19일자 보도 참조)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건물 주인은 3번이나 바뀌었다. 해당 빌딩은 지난 2014년 4월 엠플러스자산운용(1680억원)으로 최초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후 2019년 4월 마스턴자산운용(2040억원)에 이어 2022년 4월 JR투자운용(3080억원)이 매수해 현재 수탁사인 우리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시선RDI가 지난 2021년과 올해 2월 각각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등기’ 부분이다. 건물이 완공된 후 거쳐야 하는 ‘출생신고’ 격인 소유권보존 등기부터 잘못된 만큼 이후 진행된 모든 소유권이전 등기 또한 무효라는 것이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2014년 4월, 신탁사로 참여한 한국자산신탁이 엠플러스자산운용에 강남빌딩의 소유권을 넘겼다. 하지만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 당시 등기관들은 11회 각하 결정을 내렸음에도 어떤 이유인지 등기가 이뤄졌다”며 “이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등기법에 맞지 않는 똑같은 방식으로 소유권이전 등기가 이뤄진 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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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20일 등기관의 취하 결정. |
지난 2019년 3월15일 기존 소유주였던 엠플러스자산운용은 마스턴자산운용에 건물을 매도하면서 당시 수탁사였던 하나은행이 소유권이전 등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5일 후 등기관이 해당 등기를 ‘취하하라’라고 보정했다.
2019년 3월 해당 건물의 등기를 신청한 법무사는 지난 2014년 4월 한국자산신탁이 엠플러스 49호펀드의 수탁자인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할 때와 같은 인물인 법무사 A씨다. 당시 등기관들은 11번에 걸쳐 등기 각하를 결정했고, 이 가운데 법무사 A씨가 8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에 걸친 등기 각하 결정은 그만큼 등기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등기는 이뤄졌다.
부동산등기법(제29조 신청의 각하)에 따르면, 등기관이 취하(각하) 결정한 사유에 대해 신청자는 1일 이내에 보정하던가, 기존 등기신청을 취하하고 새로운 등기신청을 진행해야 한다.
김 대표는 “당시 등기관이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과 함께 1건의 신청정보로 등기 신청하라고 보정했기 때문에 이미 3건의 신청정보로 신청한 등기를 보정할 방법이 없었다”라며 “따라서 등기법에 따라 등기신청 취하서를 제출하고 1건의 신청정보로 새로운 등기(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신탁말소등기,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신청해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등기관이 ‘취하하라’라는 각하 결정을 내린 날은 2019년 3월20일이다. 이후 15일이 지난 2019년 4월5일 해당 등기가 처리됐다. 등기신청에 대해 보정할 수도 없었고, 새로운 등기신청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등기가 완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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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5월 시선RDI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서초구청의 회신서. |
신탁계약에 의한 소유권이전 등기는 관할구청의 검인(구 신탁계약해지증서, 새로운 신탁계약)을 받아 제출하는 것이 필수다.
김 대표는 “그 당시 관련 서류를 보면,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2호에 의해 등기관이 각하해야 하지만 등기가 이뤄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결과 시선RDI 등기부등본상 2019년 3월15일 등기신청 3건이 경료돼 등기부에 기재돼 있었다. 또 서초구청의 회신에서 검인받은 정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22년 4월28일 우리은행이 진행한 3번째 소유권이전 등기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 역시 2022년 4월28일 등기 신청 시 3건의 등기를 신청했고, 서초구청의 검인을 받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등기관이 이를 각하나 보정하지 않고 경료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해당 빌딩은 3번의 손바뀜이 일어났지만, 건물을 매입한 주체에서 진행한 소유권이전 등기는 모두 똑같은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은 앞서 진행된 방식에 맞춰 소유권이전 등기를 처리했다”라며 “만약에 우리은행이 다른 방식으로 등기를 처리한다면 앞서 진행된 2번의 등기가 불법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빌딩을 매입한 펀드의 실제 소유주는 해당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로, 3번의 소유권이전 등기가 최초 등기관이 각하 결정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마도 모두 동일한 인물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 민사부는 오는 29일 시선RDI가 두산중공업과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및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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