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서늘한 기운 속에 다가올 결제를 준비하는 참된 마음가짐
불자 여러분, 이제 뜨겁던 여름의 기운이 조금씩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감도는 계절로 들어섰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스물네 절기 가운데 하나인 백로(白露)를 지나며 맞이하는 9월의 첫 주말입니다. ‘백로’란 이슬이 흰 빛을 띠며 맺힌다는 뜻으로, 이는 더위가 물러나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뜨겁던 여름의 기세도 때가 되니 한 걸음씩 물러나는 것처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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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
의 삶 속 괴로움과 번뇌 또한 집착을 놓으면 차츰 사라지는 법입니다.
'법구경'에 이르기를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진다” 하였으니, 백로의 시절 속에서 우리는 무상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합니다.
불가에서는 여름과 겨울을 안거(安居)의 시기로 삼아 오롯이 수행에 전념하고, 봄과 가을은 산철(散撤)이라 하여 그동안의 정진을 살피며 다음 수행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 왔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다가올 동지와 겨울 결제를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백로의 선선한 기운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닦고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흰 이슬은 한낮의 뜨거운 기운 속에서도 꿋꿋하게 맺혀 나옵니다. 이는 불자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맑은 마음을 지켜내야 함을 상징합니다. 세상의 번뇌와 욕망이 뜨거운 태양처럼 달아올라도, 수행자는 자비와 지혜라는 이슬을 맺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불자로서 살아가는 힘이며,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뜻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길입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9월의 첫걸음은 단순히 계절의 바뀜이 아닙니다. 새로운 정진의 출발점이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시기입니다. 여름 동안 지치고 흔들렸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백로의 맑은 이슬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마음으로 일상에 임해야 합니다.
오늘도 힘든 현실 속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갈등, 개인적 고통이 저마다의 짐으로 남아 있지만, 이 또한 무상하여 지나가고 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살아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청정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불자 여러분, 삶의 어려움 앞에서도 마음을 청정히 하여, 고통이 아닌 지혜와 자비를 길러내시길 바랍니다.
다가올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이제 곡식이 익어가듯, 우리의 수행도 무르익어야 합니다. 9월의 첫 주말, 백로의 맑은 이슬을 바라보며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는 모든 불자들에게, 자비와 지혜의 빛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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