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도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대폭 감형
[HBN뉴스 = 이필선 기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 주범으로 주가조작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호안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 씨(44)가 2심에서 1심 징역 25년보다 무려 17년이나 감형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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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라덕연 씨. [사진=연합뉴스] |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징역형 감형 이유로 라덕연씨 측에 투자를 일임하지 않은 이들의 계좌를 제외하면서 시세조종 인정 금액을 낮게 봤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라 씨에게 벌금 1465억1000만원, 추징금 1815억여원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라 씨에게 징역 40년과 벌금 2조3590억원, 127억원의 추징을 구형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라씨의 측근 변모 씨와 안모 씨도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나머지 공범들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으로 풀려났던 라씨는 이날 실형을 선고하며 다시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시세조종으로 인정한 금액의 3분의1 정도만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일임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들 계좌를 통한 시세조종성 주문은 범죄 혐의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라씨 측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일부 계좌에 대해 "라씨 조직이 위임받아 투자한 계좌와 계좌의 증권사가 달라 명백히 계좌가 구별되고, 위임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투자할 충분한 유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인한 수익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대상이 확대된 2022년 1월 이후부터 범죄수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 전에 취득한 정산금은 범죄수익 범위에서 제외했다.
다만 재판부는 핵심 조직원들이 라씨에게 주가부양 및 종가관리 지시를 받은 점을 일괄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근거로 라씨 일당의 주식거래에 주가조작의 목적과 고의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형성되어야 할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시장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한 주가의 왜곡 정도, 매매에 유인된 일반 투자자의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 큰 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질책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SG증권발 폭락사태는 2023년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다.
라 씨는 2019년 5월∼2023년 4월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등의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운 뒤 대량으로 팔아치워 약 73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3년 5월 구속기소 됐다.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차명계좌에 은닉한 혐의 등도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라덕연 씨 일당을 포함 관련자 56명을 재판에 넘겼다.
라 씨 일당으로 인해 국내 한 증권사도 홍역을 치렀다. 키움증권은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라 씨 일당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렸다. 라 씨 일당이 CFD를 악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다가 일부 물량을 시장에 대거 쏟아내 발생한 사건이었다.
당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
라 씨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한 1심 재판에서 지난해 5월 한 차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라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다시 수감됐다. 1심은 라씨에게 벌금 1465억여원, 추징금 1944억여원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대규모 시세조종"이라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1심은 라 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라 씨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지난 7월 16일 재판부로부터 보석 인용을 받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으나 이날 8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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