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휘 "동성애 연기 부담 無...뿡뿡이 짜잔형, 연기 밑거름 됐죠"

노이슬 / 2021-06-25 16:58:32

[하비엔=노이슬 기자] "짜잔형으로 아이들과 호흡했던 게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이들이 순수해서 그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는데, 덕분에 이해의 폭이 많이 넓어졌어요."


EBS '방귀대장 뿡뿡이' 속 캐릭터 짜잔형은 꼬마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이해가 쉽도록 쉽게 설명해주는 어른이다. 배우 정휘는 '5대 짜잔형'으로 아이들과 호흡했던 바. 그는 '짜잔형'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첫 주연을 맡으며 본격 연기자 행보를 이어간다.

 

정휘가 첫 주연을 맡은 <메이드 인 루프탑>은 트렌드를 반영한 통통 튀는 대사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본격 MZ 세대를 저격하는 영화로 23일 개봉했다. 정휘는 극 중 힙하고 쿨하게 살아가는 BJ 봉식으로 분해 신선한 매력을 선보였다.


개봉을 앞두고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정휘는 "첫 장편 주연 영화라서 너무 기뻐요. 영화가 유쾌하고 재밌게 잘 나와서 많은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해요"라고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극 중 봉식은 친구 하늘(이홍내)의 전화를 받고, 폭탄머리에 전동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마치 '자유로운 청춘'의 표상같은 느낌이었다. 정휘는 "제가 봐도 인상적이었어요"라고 웃었다. "처음에 감독님이 원한 봉식이는 빨간색 머리였어요. 강렬한 레드를 원하셨죠. 제가 당시 뮤지컬을 하다보니 밝은색 염색이 힘들어서 고민하다가 분장 팀과 고민 끝에 그럼 머리를 볶아버리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그런 머리가 탄생하게 됐죠. 거기에 헤어밴드까지. 이왕 하는거 화려하게 하자 생각해서 선글라스 귀걸이 등도 준비했었어요."

봉식은 '40살까지만 살다가 죽겠다'는 목표를 가진 '욜로족'이다. BJ 활동을 통해 별풍선으로 수입을 얻지만 청약이나 적금은 넣지 않는다. 반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남모를 비밀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인물이죠. 그래서 이 친구에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마흔까지 살다가 죽겠다는 말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겉과 속이 상반되는 인물이었어요. 겉으로 드러내보인 모습이 과장될수도 있지만 화려했으면 했어요."


봉식의 비밀은 그의 성 성향과 연관지어진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 퀴어물이기 때문이다. 첫 주연작이 '퀴어물'이라는 점은 관객에 있어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휘에게 동성애는 부담 요소가 아니었단다. "감독님이 제가 '팬텀싱어' 나온 모습을 보고 먼저 전화를 주셨어요. 시나리오를 보내주시려고요. 대본 읽고 또래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됐어요. 시나리오가 유쾌하고 따뜻하면서도 청춘들의 에너지가 잘 느껴졌어요.

동성애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당시 <베어 더 뮤지컬>이라는 퀴어 뮤지컬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미 그런 연기를 하고 있는 중에 역할을 제안 받아서 부담이 없고 오히려 잘 됐다 생각했어요. 다만, BJ역할이니까, 유쾌하고 화려한 모습을 가진 인물이라 고민을 많이 했죠. 유튜브나 개인방송 하시는 분들 많이 보고 참고하고 연습하고 연구했죠. 혼자 집에서 휴대전화로 동영상 찍고 BJ처럼 방송하는거 찍고 연습해보고 그랬어요(미소)."

김조광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정휘는 "젠틀하신 분"이라고 답했다. "배우들을 믿어주시는 것이 보여서 촬영할 때도 부담없이 재밌게 잘 했어요. 저한테 영화 현장의 감독님들은 연기 못하면 소리지르고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거든요. 근데 전혀. 오히려 부드러웠어요. 감독님 되게 귀여우세요. 오히려 항상 북돋아 주셨어요."

정휘는 봉식을 연기하면서 극 중 데이트 씬때 머리를 스트레이트로 폈다가 다시 파마하는 것이 머리도 많이 상하고 힘들었단다. 그가 생각한 <메이드 인 루프탑> 촬영 현장은 배우들과 더할 나위 없는 호흡을 선보였던 것이란다.


"극 중 이홍내(하늘 역) 배우랑 친구로 나오죠. 실제 제가 한 살 동생이예요. 이 작품 통해서 처음 만났는데 제가 너무 막 대한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서로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보니 제가 더 적극적으로 찐친 모먼트를 하려고 했는데 형이 제 틱틱거림을 잘 받아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이정은 선배님과 옥상 촬영은 정말 짧았어요. 호흡은 정말 기가 막혔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고 연기도 너무 잘하시는것도 잘 알고 있었는데, 같이 호흡만으로도 너무 영광이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선배님의 호흡을 받으면서 하는 게 받기만 해도 연기가 저절로 나왔어요. 하루 뿐이었는데 너무 잘 받아주셨어요."

극 중 썸타는 연인 민호 역으로 분한 배우 곽민규와의 첫 촬영은 유독 애정이 많이 간단다. "민호가 비오는 날 봉식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씬이 있어요. 민규 배우와의 첫 촬영이었어요. 그날 연기 호흡을 처음 맞춰보는 날이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너무 확신에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그 이후로 물 흐르듯이 서로 연기를 잘 했던 것 같아요."

 

첫 장편영화 주연으로 데뷔한 정휘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고등학교 진학을 예고를 목표로 했지만 실용음악과가 없었고,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한 후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됐다. 노래와 연기, 둘 다 매력을 느낀 그는 2013년도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로 데뷔했다. 

 

"가수가 꿈이었다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시작은 뮤지컬로 했고 그쪽 일을 해왔지만 영화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많이 하고 싶어요. 우리 영화를 계기로 참여하고 싶다. 연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다양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와 영화의 단역으로 연기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에 이어 2016년 JTBC '팬텀싱어'에 출연해 영화 '알라딘' OST인 'Proud of your boy'를 부르며 독특하고 신선한 음색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휘는 <메이드 인 루프탑>과 함께 이제 30대를 막 시작했다.

 

"짜잔형 활동은 저의 내공이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하나의 도전이었죠. 너무 좋은 경험이었아요. 배우로써 좋은 양분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팬텀싱어' 역시 워낙 노래로는 난다긴다하는 분들이 계시다보니 저도 뮤지컬 하는 사람으로써 그 일의 연장선으로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짜잔형이나 팬텀싱어가 끝났을 때 제가 훨씬 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때의 경험들이 저한테 너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은 굉장히 순수해요. 너무 순수해서 저희가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는 되는 경우가 있어요.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이해의 폭이 많이 넓어졌어요. 아이들이 잘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갈피를 못 잡아요. 근데 알고 보면 뿡뿡이 방구가 TV에서는 무지개색인데 아무것도 안 나오고 목소리도 뿡뿡이 입이 아니라 성우분들한테 나오니까 아이들한테 되게 충격었던 것이죠. 그 말을 들으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런 순수함. 저런 상황에서 눈물을 터뜨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 20대는 욕심이 많고 뜨거웠어요. 20대가 끝난 지 얼마 안됐지만 욕심도 많고 열정도 많아서 힘이 많이 들어가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하고싶은 일이나 해야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어요. 요즘에는 많이 힘을 빼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어요. 우리 영화를 통해서 청춘들이 너무 안되는 것에 대해서 너무 힘을 주고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본인에게 뭔가 다 돌아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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