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박정수 기자] KB국민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이 용역업체로부터 ‘갑질’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빼빼로데이에 두 갈래 머리를 해야 하고, 해가 바뀌면 마스크에 ‘새해복’ 글자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비대면 업무를 보는 이들로서는 이같은 ‘이벤트’가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기이한 업무’는 서울 상암동 소재의 국민은행 콜센터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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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콜센터 용역업체가 직원들에게 황당한 이벤트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MBC 뉴스투데이 영상 캡처] |
지난해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사측은 직원들에게 일명 ‘삐삐머리’를 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삐삐머리’ 차림의 사진을 더 많이 공유하는 직원들에게 간식을 준다는 이벤트의 일환이다.
특히 간식은 팀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이벤트에 응하지 않으면 동료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봐 80여명의 직원은 머리를 묶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가 바뀌면 ‘새해복’ 글자가 적힌 스티커를 마스크에 붙여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업무가 과중된 상황에서 스티커를 붙인 마스크는 숨을 쉬는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외 어버이날에는 팀 행사라는 명목으로 ‘인간 화환’이 돼야 한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동료의 오상담을 적발하면 1000원을 지급하는 ‘고자질 이벤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는 비대면 고객상담이다. 과연 이같은 이벤트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은행 콜센터의 한 직원은 “사내 이벤트를 고객이 보는 것도 아닌데, 굳이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측의 이같은 ‘갑질 이벤트’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자, 해당 콜센터 용역업체는 “직원들이 즐겁자고 한 일이다. 원하는 사람만 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또 국민은행 측은 “용역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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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국민은행의 용역업체 철저한 관리·감독과 인원 감축 및 임금 저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국민은행의 용역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인원 감축 및 임금 저하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가진 바 있다.
이날 지부는 “상담 직원들의 온전한 권리 회복을 위해 원청인 국민은행과 용역회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라며 “용역업체는 상담사를 존중하고 은행은 불법 운영을 일삼는 용역회사를 즉각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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