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병원 비호 의혹에 침묵… 국민 건강 누가 지키나?”
[하비엔뉴스 = 이정우 기자]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보건소 앞이 시민단체들의 분노로 들끓었다.
이날 국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여 명이 모여 Y병원의 불법 의료광고와 대리·유령수술 의혹을 강력히 규탄하며 관할 보건소의 직무유기를 고발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병원의 불법을 감싸고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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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일 서초구 보건소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Y병원의 불법 의료 광고와 대리·유령수술 의혹을 강력 규탄하며 관할 보건소의 직무 유기에 대해 고발에 나섰다. |
Y병원은 K 병원장 등 10명은 현재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K병원장의 연평균 3천 건 이상의 인공관절 수술과 보험료 청구 사실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각종 의혹이 한층 짙게 만들었다.
이에 <본지>와 나눈 질의에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술실 안에서 영업사원까지 동원해 불법 수술을 해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초구보건소는 이를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문제의 핵심은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있는 듯 보여진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Y병원의 불법 의료광고와 대리수술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서초구보건소는 병원 측이 제출한 현재 간호사 인력(48명)만을 기준으로 과거 수술 건수의 가능 여부를 판단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국민연대 관계자 A씨는 “당시 2021년 압수수색 이전에는 남자 간호사가 3~4명에 불과했는데, 이 인력으로 연 3천 건 이상의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병원 주장만 받아들여 부실조사를 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민단체가 공개한 병원 측 가처분신청서에는 “팀제 수술 시스템을 운영해, 집도의가 바쁘면 팀 소속 의사가 대신 수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환자가 믿고 수술대에 오른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집도했다는 의미로, 사실상 유령수술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대 한 고위 인사는 “유명세를 이용해 환자를 모아놓고는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하는 것은 명백한 환자 기만”이라며 “이런 사실을 병원이 스스로 문서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초구보건소는 지난해 9월 접수된 Y병원의 SVF시술(일명 지방줄기세포 치료) 불법 의료광고 민원을 수개월간 방치했다. 담당 공무원은 “바쁘다”며 민원인의 문의 전화를 피했고, 결국 국민신문고에 재민원을 넣은 뒤에야 ‘행정지도’를 했다고 통보했지만 이후에도 병원 측의 광고는 시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건소가 이렇게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병원 측은 뉴스 기사 등을 이용해 불법 광고를 계속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전국 보건소에 내린 ‘의료광고 등 관련 조치사항 요청’ 공문에는 “의료기관의 과장 광고, 허위 실손 보험 안내 등이 확인될 경우 즉시 행정지도 후 재발 시 업무정지 1개월까지 처분하라”는 지침이 담겨있다. 그러나 서초구보건소는 사실상 병원 측의 불법 광고를 방조하며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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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일 서초구 보건소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Y병원의 불법 의료 광고와 대리·유령수술 의혹을 강력 규탄하며 관할 보건소의 직무 유기에 대해 고발에 나섰다. |
이어 시민단체는 대리수술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서초구보건소 담당 공무원은 “관내 병원이 천여 곳인데 어떻게 다 관리하느냐”며 민원을 사실상 거부했다. 심지어 “직접 조사해서 고발하라”는 말까지 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이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에게 ‘셀프조사’를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정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 박 모 씨(65)는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공무원이 존재한다고 믿고 세금을 낸다. 그런데 그들이 병원 편만 들며 불법을 묵인한다면 이 나라의 의료는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해를 넘겨 이어오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집회와 기자회견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재 Y병원의 건강보험 부당청구 내역과 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보건복지부도 서초구보건소에 추가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초구보건소는 수개월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법행위 묵인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대표B씨는 “서초구보건소와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Y병원의 불법행위를 비호하며 국민의 건강권을 방치해왔다”며 “이제라도 진상조사와 행정처분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지난 2월 우선옥 서초구보건소장과 의료지원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지만, 아직 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직무를 유기한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과 집회를 마치며 “Y병원의 불법행위를 방치한 서초구보건소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고 국민 건강의 마지막 보루가 시민의 감시가 돼버린 현실이 씁쓸하지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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