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유가 담합 공방 본격화...법정 쟁점은 '합의' 입증

검찰 "국제 정세 불안 틈탄 가격 인상"
업계 "MOPS·환율·세금 반영한 시장가격"

박정수 기자

press@hobbyen.co.kr | 2026-07-07 14:27:37

[HBN뉴스 = 박정수 기자] 국내 주요 정유사의 유가 담합 의혹이 재판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향후 법정 공방의 초점은 가격 인상 자체보다 가격 결정 과정에서의 ‘합의’ 여부에 맞춰질 전망이다.


7일 법조계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일 HD현대오일뱅크를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간 가격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산정했다. SK에너지는 가격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가격 담합 혐의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국내 주요 정유사의 유가 담합 의혹이 재판 국면으로 넘어간 가운데 주유소 유가 결정 과정에서의 합의 여부와 전량구매계약의 경쟁 제한성이 법정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효과까지 포함하면 경쟁 제한 효과가 약 26조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는 명시적 합의가 확인된 담합이 아니라 경쟁사 가격을 의식해 움직인 ‘의식적 병행행위’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두 회사도 가격담합 혐의의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정유 4사는 자영주유소와의 전량구매계약 등 별도 공정거래법 쟁점으로도 재판을 받게 됐다. SK에너지도 가격 담합이 아니라 주유소 대상 전량구매계약 강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국제 정세 불안을 가격 인상 명분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이미 상당한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입금가를 단기간에 올렸고, 이 가격이 주유소 판매가격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전량구매계약 구조가 주유소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특정 정유사와 계약한 자영주유소가 다른 정유사 제품을 공급받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정유사가 통보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반면 정유업계는 가격 변동을 담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은 원유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시장 가격인 MOPS, 환율, 운송비, 정제 마진, 유류세, 주유소별 재고 상황 등을 종합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가격 정보 교환과 인상 폭 조율 정황을 통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정유사 측은 가격 동조가 국제 제품가격과 시장 구조에 따른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량구매계약 관련 쟁점도 법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에 특정 정유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 부담 등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거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정유사 측은 브랜드 계약과 품질 관리, 유통 질서 유지를 위한 통상적인 계약 구조였다는 점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정유사 간 가격 조율 의혹을 넘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 결정 구조와 주유소 유통 계약의 경쟁 제한성을 함께 따지는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담합과 전량구매계약의 위법성을 어디까지 입증하느냐, 정유업계가 국제가격 연동과 시장 구조 논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법적 판단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