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웅배 세종대 지웅배 교수, 은하 중심 막대 구조 역할 새 해석 제시

한주연 기자

dlarkdmf15@naver.com | 2025-12-19 15:54:46

[HBN뉴스 = 한주연 기자]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는 지웅배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은하가 하나의 얼굴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이웃 은하의 성질에 따라 전혀 다른 두 가지 ‘진화의 얼굴’을 가질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19일 강조했다.

 

  연구에서 분석한 막대 구조를 갖는 은하쌍의 예시 사진. 하얀색 화살표로 표시한 은하가 중심 은하다. [사진=세종대학교]

 

우주에는 이웃한 두 은하가 하나의 중력계로 묶여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은하쌍(galaxy pair)’이 다수 존재한다. 하나의 은하쌍을 이루는 두 은하는 궁극적으로 병합·충돌 단계에 이르게 되며,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역시 먼 미래에 이러한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은하쌍을 이루는 은하들은 병합·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력적 교란과 가스 유입 등 유체역학적 효과로 인해, 주변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고립 은하에 비해 뚜렷하게 더 높은 별 형성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그러나 은하의 별 형성률 진화는 이웃 은하와의 상호작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별 은하 내부의 형태적 변화 역시 별 생성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bar)다. 막대 구조는 은하 중심부 중력 퍼텐셜이 변화하면서 흔히 형성되는 구조로, 우리은하 역시 중심에 약 2만 7000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막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막대는 은하 중심부로 가스를 효율적으로 끌어들이는 ‘유입 통로(gas inflow channel)’로 작용하며, 원반 외곽에 분포해 있던 가스를 대거 안쪽으로 집중시켜 중심부의 폭발적인 별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막대 구조를 통한 강한 피드백과 가스 소모로 인해 은하가 가스를 빠르게 소진하고, 더 이상 별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상태로 이행한다는 상반된 관측 결과도 보고돼 왔다. 은하 중심 막대 구조는 여러 은하에서 흔히 발견되는 보편적인 특징이지만, 이 막대가 결국 별 형성을 장려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감쇠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일관된 결론이 내려지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연구진은 막대 구조가 있는 은하쌍에서 막대가 끼치는 영향이, 함께 상호작용하는 ‘이웃 은하의 성질’에 따라 명확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이를 위해 우주 전역의 은하를 고해상도로 관측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중심에 막대 구조를 가진 은하가 은하쌍을 이루고 있는 사례 약 4천 개를 선별했다. 이후 이웃 은하의 별 형성률에 따라 은하쌍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이웃 은하의 특성에 따라 막대 구조와 중심 은하의 별 형성률 사이의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중심 은하의 막대 구조가 별 형성에 끼치는 영향은, 함께 상호작용하는 이웃 은하의 성질에 따라 정반대로 갈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웃 은하가 높은 별 형성률을 보이고 가스를 풍부하게 머금고 있는 경우, 중심 은하는 막대 구조가 길고 강할수록 더 높은 별 형성률을 나타낸다. 이는 막대 구조가 이웃 은하로부터의 가스 유입을 더욱 효과적으로 돕고, 그 결과 중심 은하의 별 형성을 적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해석과 부합한다.

 

반대로, 이웃 은하가 낮은 별 형성률을 보이며 가스가 상대적으로 빈곤한 경우에는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심 은하는 막대 구조가 길수록 오히려 별 형성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가스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막대 구조는 남아 있는 가스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별 형성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왜 그동안 선행 연구들에서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가 별 형성률에 어떤 방향으로 기여하는지에 대해 일관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준다. 막대 구조는 은하의 별 형성률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으며, 두 가능성은 동시에 열려 있다. 막대가 중심 은하의 진화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줄지는 은하 내부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서 함께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이웃 은하의 특성에 의해 최종적인 진화의 방향이 정해진다.

 

연구를 이끈 지웅배 교수는 “마치 은하 버전의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보는 듯한 결과다. 은하 중심 막대 구조가 은하 진화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공존하지만, 실제로는 이웃 은하의 성질이 그 진화의 결과를 결정짓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천체물리학회지 Astrophysical Journal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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