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파이프라인' 유하 감독, 범죄 오락 클리쎼 쫓다 길을 잃다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1-05-20 17:45:38
[하비엔=노이슬 기자] B급 감성인가 싶지만 웃음포인트를 알 수 없다. 난투극과 함께 배경에 깔리는 '뽕삘' 음악은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듯하나, 흥을 돋우지는 못한다.
7년만에 돌아온 유하 감독은 시대의 트렌드의 포인트를 남다르게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범죄 오락 액션이라는 믿고 보는 '흥행보증수표' 실패의 예를 보여준다.
20일 언론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다.
극의 시작은 대한민국 천공기술자로 이름 날린 핀돌이(서인국) 짝퉁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핀돌이 짝퉁으로 분한 접새(음문석)는 등장부터 하의를 탈의하며 영화의 화끈함을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파이프라인>은 '도유꾼'이라는 이전에 본적 없는 소재로 충무로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에 비해, B급 장르, 코믹이라는 말 조차도 사치였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굴 설계자 나과장(유승목),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감시자 카운터(배다빈)까지 영화 속 캐릭터들은 도유를 목표로 핀돌이와 함께 팀워크를 자랑한다. 이들에 끈끈한 유대감을 안기는 이는 나과장이다. 초반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던 이들이 어느 새 하나로 뭉쳐 악역 건우(이수혁)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도유'라는 소재에는 불이 함께 따라붙는다. 이에 영화는 위험천만한 장면의 연속이다. 기름이 유출돼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물탱크가 터지지만 CG는 어딘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뉴스로는 접했어도 '도유'는 전문성을 요할 터. 영화는 전국 방방곡곡의 전문 '꾼'들을 한팀으로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핀돌이표' 드릴 이외에는 오함마, 곡괭이로 벽을 뚫는 모습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강남 1970>(2014)등으로 한국 누아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유하 감독. 7년만에 돌아온 감독은 '범죄오락액션'이라는 어쩌면 클리셰 범벅인 장르로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복귀를 누가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스스로의 명성에 오점을 남긴 꼴이 아닐까.
러닝타임 108분, 15세관람가, 개봉은 5월 26일이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