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한국콜마 '친일 오명' 탈피위해 노력
임종현
| 2019-09-05 18:24:00
최근 기업들의 사과 방식 역시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도 사과 대신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는 기업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대중들의 공분을 살 수 있다. 심지어 사과 방식에 따라 ‘개념 기업’과 ‘불매 기업’으로 갈리는 추세다.
예컨대 지난 7일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직원조회에서 임직원 700명을 대상으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회장 자리 사임 의사를 밝혀 일단락됐다.
윤동한 회장 사임 이후 여러 커뮤니티에서 한국 콜마 직원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매월 월례조회에 애국가를 제창하며 3월에는 기미년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묵념을, 8월 광복절에는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는 기업이 매국적 이미지를 씌우는 현실에 대해 참담하다", "월례조회에서 광복절노래를 부르게 하는 기업인을 매도하고 신입사원 입문교육에는 통영까지 이동하여 이순신장군에게 인사를 드리며 승진 시 한국사 시험을 치르게 하는 기업을 어떻게 친일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느냐", "윤동한 회장은 ‘국내 국립 박물관에 수월관음도가 한점도 없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며 25억을 들여 일본에서 수월관음도를 회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부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윤동한 회장에게 매국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너무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덧붙여 한국콜마 창업 당시 일본의 기술이전 및 협력을 받기 위해 등기된 일본측 이사진들이 지난 11일 퇴임했다. 이는 한국콜마가 소비자의 시선을 인식했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일본측 이사진들이 자진해서 사임의사를 밝혔고 한국콜마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에 따라 한국콜마는 내년 정기주주총회 때 신규 이사들을 선임할 계획으로, 당분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공석이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간 관계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일본인 이사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평소 주주총회 등 일정에서 지리적인 문제로 어려움도 있었다"며 "한국콜마의 미래를 보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BBQ와 무신사도 문제가 생긴 후 신속하고 알맞은 조치를 취해 소비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의 표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BBQ는 사과문을 홈페이지 공지사항과 SNS에 일주일간 게시하고 관련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해 모두 조치했고, 무신사 측은 3번에 걸친 사과문과 담당자 징계, 전직원 대상 근현대사 강의,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에 직접 사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기업의 실책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는 만큼, 사건 발생 이후 얼마나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세 기업 모두 그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기업들이 논란을 축소·은폐하려 하거나 피해자 개인과의 접촉을 통해 조용히 해결하려 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SNS는 전파 속도가 빨라 대응을 고민하는 새 손쓸 수 없이 정보가 퍼져나간다"며 "회사 이미지를 지키는 길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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