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풍력의 반격…두산에너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주권 시동

이동훈 기자 / 2025-07-15 09:01:40
'정책 주도형 산업' 넘을까…10MW 해상풍력 상용화 앞둔 승부수
해상풍력 국산화 70%, 시장 신뢰는 미지수…주권 향한 골든타임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정부의 해상풍력 중심 에너지 전환 가속화 속에, 두산에너빌리티를 축으로 한 국산 풍력 산업 생태계가 본격화되며 ‘에너지 주권’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분명 국산화율과 공급 실적이 늘고 있지만, 기술력·신뢰성·시장 수용성 측면에서 여전히 넘어서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월부터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10MW 해상풍력발전기의 실증 시험에 돌입했고, 오는 8월까지 시험을 마치고 국제 인증을 거쳐 연내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발전기 중 가장 큰 용량이다. 발전기 높이는 230m, 블레이드 직경은 205m에 달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 14.3GW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1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 중 상당 비중을 국산화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두산은 현재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98기, 약 348MW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공공 부문과 달리 민간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상풍력 시스템은 좀처럼 채택되지 않고 있다. 민간에서는 여전히 미국 GE 같은 글로벌 강자의 기술을 선호한다. 제품 다양성, 기술 성숙도, 실증 경험 모두에서 아직 차이가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내 풍력산업은 10MW 발전기를 자체 설계하고 제작하는 단계로 올라왔지만, 핵심 부품의 상당수는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짧은 역사도 기술 성숙도 부족에 한몫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35년 가까운 실증 경험을, 중국은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로 세계 설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책의 연속성이 부족해 산업 발전 과정에서 잦은 단절을 겪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풍력에너지 산업은 정부와 공기업 중심의 ‘정책 주도형 산업’에 머물러 있다”며 “진정한 에너지 주권을 위해서는 시장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민간 중심의 기술 경쟁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산 풍력 산업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출발선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풍력 산업은 유럽보다 수십 년 늦게 출발했지만, 3MW, 5.5MW, 8MW에 이어 10MW까지 다양한 모델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10MW 모델을 플랫폼화해 8MW 제품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풍력 강자인 지멘스가메사와 협력해 창원에 14MW급 조립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생산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부품 국산화율도 과거 30% 수준에서 현재는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도 기업들과 단순 비교해 제품군이 부족하고 기술이 뒤처진다고 평가절하할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오히려 국산 기업들이 기술력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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