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세금 부담 논란, KCC-가스공사 ㅍ '명예 공방' 확산

이동훈 기자 / 2026-06-25 10:58:57
KCC, 한국가스공사 관계자 2명 명예훼손 혐의 고발
공기업 스포츠단과 민간기업 구단, 법적 갈등 번져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프로농구 라건아 선수의 종합소득세 부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KBL 징계와 민사소송을 넘어 형사 고발로 확산됐다. 부산 KCC가 대구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관계자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선수 세금 부담을 둘러싼 구단 간 분쟁은 농구장 밖 기업 간의 명예 다툼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KCC는 지난 2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관계자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KCC는 한국가스공사가 라건아 선수의 세금 관련 KBL 징계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제기해 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KCC 본사(왼쪽)와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진=각사, 재구성=HBN뉴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라건아가 KCC 소속으로 뛰던 2023-2024시즌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종합소득세 약 3억9800만원의 부담 주체다.

KBL은 2024년 5월 이사회에서 라건아의 귀화 선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일반 외국인 선수 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라건아의 해당 연도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2025-26시즌 라건아를 영입한 한국가스공사가 해당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KBL과 KCC의 입장이다.

반면 라건아 측은 세금 부담 문제는 선수와 전 소속 구단인 KCC 사이의 계약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건아는 한국가스공사 입단 과정에서 문제가 된 종합소득세를 직접 납부한 뒤, KCC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선수 동의 없이 KBL 이사회 결의만으로 세금 부담 주체를 바꿀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가스공사는 KBL의 징계에 불복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세금 납부 의무 이행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KBL의 제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KBL을 상대로 차기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선발권 박탈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KBL은 앞서 지난 1월 재정위원회를 열고 한국가스공사에 ‘이사회 결의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어 4월 30일 다시 재정위원회를 열고 5월 29일까지 세금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차기 시즌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선발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후 기한까지 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해당 제재가 확정됐고, 라건아의 재계약 선수 등록도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는 “KCC가 KBL 이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라건아의 종합소득세를 한국가스공사 측에 부당하게 전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KCC는 지난 10일 해당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가스공사 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KCC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1일 ‘진행 중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관련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KCC는 이를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가 아닌 사안의 본질을 비껴가려는 태도로 판단했고, 구단에 대한 ‘2차 가해’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KCC는 KBL 이사회 의결과 리그 운영 질서를 근거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징계의 적정성과 세금 부담 구조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고 있다. 라건아 역시 선수와 구단 간 계약 관계를 근거로 KCC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찰 수사와 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책임 소재는 향후 절차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프로농구단 간 분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KCC는 건자재·소재 사업을 기반으로 한 민간 기업이고, 한국가스공사는 공기업이다. 두 구단 모두 모기업 명칭을 전면에 내건 스포츠단이라는 점에서 구단 운영상 갈등은 곧바로 기업 평판과 연결될 수 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공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공기업 스포츠단은 단순한 마케팅 조직을 넘어 공공기관의 대외 이미지와 책임성을 반영한다. 리그 이사회 의결 이행 여부, 징계 불복 절차, 상대 구단을 향한 문제 제기 방식 등은 모두 공기업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KCC 역시 이번 사안을 기업 브랜드 방어 차원에서 바라보는 분위기다. 스포츠단은 기업 홍보와 사회적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신뢰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KCC가 해명과 사과 요구를 넘어 형사 고발이라는 강경 조치를 선택한 것도 구단 명예와 모기업 이미지 훼손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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