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다변화로 일부 실적 방어, 단일 모델 한계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화되는 업황 침체 속에서도 균형 잡힌 제품 포트폴리오와 전방 산업과의 연계 전략을 통해 생존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탄력적인 제품 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705억 원의 영업손실이, 롯데케미칼은 7분기 연속 적자가, 금호석유화학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770억 원의 실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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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
업황 부진의 핵심 원인은 중국 주도의 과잉 공급이다. 현지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 증설을 이어가며 글로벌 수급 균형이 붕괴됐고, 여기에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NCC(나프타분해설비) 기반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기업평가는 “하반기에도 무역 갈등 및 증설 부담 등으로 수급 상황이 상반기와 비슷하게 비우호적일 것”이라며, 석유화학 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단기적인 반등 기대는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은 ‘제품 다변화’와 ‘전방 수요 연계’를 통해 일부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팬데믹 이후 급감한 라텍스 수요를 에폭시 수지의 반등으로 일부 상쇄하며 수익 구조의 균형을 유지했다.
실제로 라텍스 부문은 의료용 장갑 수요 급감과 천연고무 가격 하락 여파로 1분기보다 59%나 수익이 줄었지만, 에폭시 수지는 조선·가전 등 전방 제조업 회복세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방청재, 도료, 절연소재 등에 사용되는 에폭시는 산업 수요가 비교적 견조하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반덤핑 이슈로 인해 한국산 제품의 수입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흐름도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유가나 원재료 가격 변화에 따라 실적이 급변했다면, 이제는 건자재, 자동차, 전자, 조선 등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수요 기반을 확보한 제품들이 실적 안정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수요처 다변화에 맞춘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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