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오염·산불…환경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
풍산, 지역사회 반발에 "부산시 결정 따를 뿐"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방산업체 풍산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를 기회로 바꿔가던 와중, 예기치 못한 내부 암초에 부딪혔다. 부산 해운대 센텀2지구 개발을 위한 기장군 장안읍 공장 이전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거센 반발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상승이라는 외부 성과와 달리, 내부에서는 ‘주민 수용성’이라는 민감한 변수 앞에 발이 묶이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으로 글로벌 탄약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2년부터 영업이익이 급격히 개선됐다. 방산 부문은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견인했고, 시장에선 “총알로 돈 버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국내 사업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기존 공장을 센텀2지구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기장군 장안읍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이 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도 기장군 주민 300여 명은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과 환경권 침해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했다. 기장군과 군의회도 토양오염과 원전 인접에 따른 위험성을 들어 공식 반대 입장을 냈으며, 부산시는 이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경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장군(군수 정종복)은 최근 방산업체 풍산의 장안읍 이전과 관련해 ‘대책 TF팀’을 가동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사진=기장군청] |
◆ “경제 효과” 강조한 풍산, 그러나 마주한 건 불신의 벽
풍산 측은 코스피 상장 중견기업으로서 500여 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장 이전이 이탈 위기를 막고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부산시 역시 "YK스틸처럼 역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기업 유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장군과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원전, 의료폐기물 소각장, 산업단지 등 중첩된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풍산의 장안읍 이전에 대한 반감은 뿌리 깊다.
장안읍은 부산 기장군 북부에 위치한 자연친화적인 지역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도롱뇽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도롱뇽은 맑고 깨끗한 계곡이나 습지 등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생물로, 해당 지역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임을 방증한다
이런 지역에 군수산업을 영위하는 대규모 공장이 들어설 경우, 생태계 파괴 및 서식지 훼손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롱뇽은 환경변화에 민감한 생물로 알려져 있어, 토목 공사나 배수 구조의 변화, 토양 오염, 소음·진동 등으로도 개체군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장안읍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풍산이 이전하려는 부지는 장안읍의 주민 밀집 지역과 불과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이내로 가까워, 소음·분진·대기오염 등 생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안읍 주민들은 “삶터가 점점 공장으로 둘러싸이고 있다”며 '산단 포화 상태'에 따른 건강권·환경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다.
◆ 신뢰 잃은 절차…“안전거리” 공식 해명에도 식지 않는 불신
기장군의회는 “부산시와 풍산이 협의를 진행하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며, 신뢰 없는 절차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부산시는 "법적 안전거리는 충족됐고, 과거 오염물질도 관련 업체가 이미 이전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갔다. 2018~2019년 풍산 부지에서 기름·시안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전례는 여전히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기장군은 대운산 산불 등 재난에 취약한 지형이라는 점에서, 폭발물·화약류를 취급하는 방산업체 입지 자체가 주민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풍산은 기장군 장안읍 공장이전 논란과 관련해 “우리는 부산시의 판단에 따르는 입장일 뿐, 독자적으로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풍산 관계자는 하비엔뉴스와이 통화에서 “당사는 부산시 이전에 대한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그 이후의 행정 절차와 결정은 전적으로 부산시가 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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