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리니지’사례 반면교사...특정 소재 리스크 차단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크래프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일본 ADK그룹을 인수했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기업들의 플랫폼 확장 전략을 모델 삼아 종합 콘텐츠 그룹으로 변신하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리니지 의존증’으로 위기를 겪는 엔씨소프트를 거울삼아 특정 아이템 편중되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크래프톤은 하비엔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사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베인캐피탈재팬 계열사인 주식회사 BCJ-31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BCJ-31은 ADK홀딩스의 모회사로, 이번 거래를 통해 ADK그룹은 크래프톤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다. 인수 금액은 750억 엔(약 7103억 원)에 달한다.
![]() |
크래프톤이 일본 ADK그룹을 인수하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ADK는 일본 3대 종합광고사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을 비롯해 광고·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등 3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거래 규모는 약 3480억 엔에 이른다. 이번 인수는 한국 게임사가 일본의 주요 애니메이션·콘텐츠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로, 크래프톤이 게임을 넘어 아시아권 콘텐츠 플랫폼 허브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크래프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게임 중심에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고, 일본 및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반면, 크래프톤의 ADK 인수는 리니지 중심 매출에 갇혀 장기적 한계를 드러낸 경쟁사 엔씨소프트의 사례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은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통합 전략에 대한 의미있는 한걸음으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는 창립이후 ‘리니지’라는 소재에 대부분의 매출과 인력을 집중해왔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후속작은 흥행에 성공하며 매출을 견인했지만, 이른바 ‘리니지 유니버스’ 외의 확장 시도는 제한적이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결국 리니지답다”는 피드백이 반복됐고, 게임 장르의 스펙트럼이나 스토리텔링 다양성 면에서 유저와 시장의 기대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의존은 세 가지 한계를 드러낸다. 고과금 중심의 하드코어 설계로 인해 유저 기반이 협소해졌고, 스토리보다는 시스템 중심 게임성 탓에 미디어 확장력이 약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크래프톤 역시 ‘배틀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성공 이후, 비슷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일찍이 탈출구를 모색했다.
2022년에는 시네마틱 영상과 오디오드라마를 통한 세계관 확장 실험을 했고, 2023년부터는 인도, 동남아 지역의 콘텐츠 스튜디오 및 게임 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시작했다.
크래프톤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양한 브랜드와 세계관을 아우르는 '멀티 유니버스 포트폴리오' 구축에 가깝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서사 장르를 통합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아시아 콘텐츠 허브’로의 출발선에 섰다”고 전했다.
크래프톤은 ADK와의 실행 역량을 갖춘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DK는 일본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기획·제작과 광고·마케팅, 미디어 운영에 이르기까지 높은 전문성과 실행 역량을 갖춘 파트너”라며 “크래프톤은 ADK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 애니메이션 간 다양한 접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양사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