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패싱?...김영섭 KT 대표, 운명의 6개월

이동훈 기자 / 2025-08-26 11:00:50
AI 국책 탈락·경제사절단 제외, 입지 흔들
MS 협력·실적 호조 불구, 정치 변수 부담
경영력 입증...연임은 6~9개월 성과가 좌우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김영섭 KT 대표를 둘러싼 ‘교체설’이 정치권과 재계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국가 인공지능(AI) 프로젝트 탈락,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제외라는 연이은 ‘패싱’이 맞물린 탓이다. 그러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라는 성과와 맞물리며, 정치와 경영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들이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다수 체결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지원 사격을 위해 국내 4대 그룹 총수 등 경제인 16명 이상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들은 대미투자 규모가 큰 반도체·자동차·배터리부터 에너지·K컬처·바이오·광물까지 전방위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영섭 KT대표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날(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에는 김 대표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사절단은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HD현대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규모는 15~16명 수준으로 제한됐다.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소버린 AI)’ 주도 기업 5곳에서도 KT는 빠졌다. SK텔레콤, 네이버, LG, 업스테이지, NC AI가 최종 명단에 포함된 반면, KT는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배제됐다.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배제된 데 이어, 정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 주도 기업에서도 제외되면서, KT와 김 대표는 대외적 존재감과 국가 전략 산업 내 입지 모두에서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배제가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가 CEO 선임 당시 전 정권 인사 분류 논란에 연루되면서 현 정부와의 ‘거리 두기’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달 2일 KT 새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시민사회 단체는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KT 경영 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윤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친분 및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는 주장 수준이지 공식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김 대표의 공식 임기는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연임 및 승계 여부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추천위원회가 결정하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KT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세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하며 상장 이래 분기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부동산 분양 이익과 구조조정 효과 등 일회성 요인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질적 성장’ 여부에는 논란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 논의, 노사 협상 타결로 내부 리스크 완화 등 호재도 공존한다.

관측을 종합하면, 김영섭 대표의 거취는 단순히 정치적 변수보다는 하반기 경영 성과와 대외 파트너십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본지는 KT 측에 공식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를 둘러싼 교체설은 현재로서는 정치적 변수와 성과 신호가 동시에 맞부딪히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김 대표의 거취는 정치 변수보다 향후 6~9개월 간의 실적, AI 전략 재정비, 대외 파트너십 성과가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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