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혐의 불인정, 법정에서 입장 강력히 변호"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관세포탈 혐의로 검찰 기소에 이어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까지 받으며 겹악재에 직면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27일 오비맥주가 자유무역협정(FTA) 할당관세제도를 악용해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벤 베르하르트 대표이사 등 10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수입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관세 회피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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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
검찰 조사 결과, 오비맥주는 2018년 9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5년간 두 가지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
첫번째는 퇴직자들이 설립한 5개 업체와 1개 수제맥주 판매점을 '명의상 업체'로 활용해 157억원의 관세를 회피한 것이다. 두번째는 해운회사와 공모해 해상운임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8억원을 추가 포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FTA 할당관세제도(TRQ)는 정해진 물량에 한해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로, 맥아의 경우 할당량 내에서는 무관세지만 초과 시 최대 269%의 관세가 부과된다. 오비맥주는 이 제도를 악용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전체 맥아 FTA TRQ 물량의 평균 55%를 과점했다.
◆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 착수
관세포탈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7월부터 오비맥주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100여 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이번 조사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관세포탈 사건과 연관된 추가 세무 위반 사항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해운회사와 공모해 관세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횡령해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퇴직 임직원이 설립한 협력업체들과의 거래를 통한 금품 수수와 관련된 소득세 탈루 혐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 AB인베브로의 막대한 배당과 국부유출 논란
이번 사태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오비맥주가 벨기에 모회사 AB인베브에 지급한 막대한 배당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많은 1조8000억원을 AB인베브에 배당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2024년에도 오비맥주는 당기순이익 2400억원보다 38% 많은 3328억원을 배당했다. AB인베브가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지금까지 가져간 총 배당금은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법정 공방과 회사 측 입장
오비맥주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관세와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에 부과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해당 수입 방식을 2023년 이미 중단했고 관련 관세 납부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 법정에서 회사 측 입장을 강력히 변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이미 2024년 상반기 세무조사를 통해 오비맥주에 약 900억원의 관세를 추징했으며, 오비맥주는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검찰과 관세청은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조직화·전문화하는 관세범죄 및 국가재정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세무 위반을 넘어 국가재정에 대한 조직적 침해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오비맥주의 이번 사태는 외국계 기업의 국내 사업 운영 방식과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포탈로 절감한 비용이 해외 모회사로의 배당 확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국부유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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