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보다 업계 질서 확립 견제구 해석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페인트업계 1위 KCC가 경쟁사인 노루페인트의 지주사 노루홀딩스 지분 7.17%를 232억원에 매입하면서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경쟁사 간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는 페인트업계 최초 사례로, 노루페인트의 환경부 자발적 협약 위반 논란이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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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노루홀딩스 |
◆ KCC, 2개월 간 전격 매수…3대 주주 등극
KCC는 6월 27일부터 본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다. 첫날 4만4515주를 매입한 후 7월 한 달 간 23거래일 연속으로 매일 1-4만주씩 꾸준히 매수했다. 8월 12일 지분율 5%를 돌파하면서 보고의무가 발생했고, 최종적으로 95만2844주(7.17%)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KCC 측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으며 경영참여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대표이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몽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루홀딩스 측은 "현재 공시된 것 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간접적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들은 KCC의 지분 매집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발표 직후 IR팀이 급히 대응에 나서는 등 내부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환경협약 위반 논란서 시작된 갈등
이번 사태의 발단은 올해 초 불거진 노루페인트의 환경부 자발적 협약 위반 사건이다. 노루페인트는 2022년 8월 환경부와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음에도 2024년 3월 출시한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성 페인트로 홍보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가 8-9월 실시한 실험 결과, 이 제품은 수용성으로 사용할 때 색상편차가 13.7에 달해 유성 사용 시의 0.5와 큰 차이를 보였다. VOCs 함량도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치의 3.8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노루페인트에 전량 회수를 요청했다.
이에 올해 1월 9일 KCC를 포함한 페인트업계 6개사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노루페인트는 ESG 경영평가 A등급을 홍보하면서 뒤로는 편법 유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노루페인트가 아니라 노룰(NO RULE)페인트"라며 혹평하기도 했다.
◆ 경영권 위협보다는 '견제구' 성격
업계에서는 이번 KCC의 지분 매입을 적대적 M&A보다는 업계 질서 확립을 위한 견제구로 해석하고 있다.
노루홀딩스는 한영재 회장이 25.6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45.47%에 달한다. 여기에 자사주 22.89%까지 더하면 방어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KCC의 7.17% 지분은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상법 개정으로 3% 이상 지분 보유 시 감사위원 선임에도 참여할 수 있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인트 시장에서 KCC는 35%의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노루페인트는 15%로 2~3위권 회사다. 자산총액도 KCC 15조원이지만 노루홀딩스는 1조20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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