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휴가도 맘대로 못써?...'연차 점수제' 도입 논란

이동훈 기자 / 2026-01-20 13:13:26
성수기 휴가 둘러싼 현실론 vs 권리론...여론 팽팽
대한항공 "휴가 쏠림 방지·안전 운항 위해 불가피"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대한항공이 연차 사용 시기에 따라 점수를 매겨 휴가 우선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력 부족에 따른 운영 부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도의 형평성과 함께 연차 사용권을 보장한 근로기준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노동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9일 'KBS'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주 객실 승무원들에게 새로운 연차 휴가 규정을 공지했다. 해당 규정의 핵심은 휴가 사용 시점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하고, 최근 1년간 누적 점수가 낮은 순서대로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우선 배정하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평일은 10점, 주말은 30점, 명절이나 여름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50점의 점수가 부과된다. 인기 있는 날짜에 휴가를 쓴 직원일수록 누적 점수가 높아져 다음번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특히 휴가를 신청했다가 취소하더라도 감점이 적용되는 조항이 포함되어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측이 신규 채용 등을 통한 근본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직원 간 경쟁을 부추겨 연차 사용을 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사측이 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반응도 엇갈린다. 여객 수요가 급증하는 성수기에는 연차 사용이 곧바로 동료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과 연차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인 만큼 제약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이 충돌하고 있다.

연차 사용에 비판적인 의견은 “만석 운항이 이어지는 연휴에 일부 인력이 빠지면 남은 직원들의 과중한 근무가 불가피하다”며,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관행이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연차 제한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연휴라는 이유로 휴가 사용을 사실상 금기시할 경우 정당한 권리 행사에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구조적 문제를 직원 간 ‘민폐’ 논란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인력 확충과 운영 책임을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한항공 측은 제도의 긍정적인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정 시기에 휴가 신청이 몰리는 것을 방지해 보다 많은 직원에게 고루 휴가 기회를 배정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인원에게만 휴가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한 필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노사합의에 따라 미사용 연차는 다음 해로 이월하여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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