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 미국서 '소프트웨어 결함' 8만2000대 가격인상 후 리콜 논란

홍세기 기자 / 2025-06-05 13:41:12
한국 시장용 방향지시등 작동 로직 북미 차량 오적용
신모델 출시 후 발생, 소비자 신뢰도 하락 불가피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기아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이 기아가 리콜 대상 차의 가격 인상 후에 벌어진 리콜 사태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2025년형 K5 세단 8만2281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형 K5 [사진=기아]

 

이번 조치는 한국 시장용 방향지시등 작동 로직이 북미 사양 차량에 잘못 적용된 소프트웨어 오류에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방향지시등 작동 시 주차등이 정상적으로 점등되지 않아 야간 주행 시 차량 가시성이 저하될 위험이 지적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리콜 대상 차량은 2024년 2월 20일부터 2025년 4월 23일까지 한국 화성 오토랜드 공장에서 생산된 2025년형 K5 세단이다.

 

문제의 핵심은 파워넷 도메인 컨트롤러(PDC) 소프트웨어에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방향지시등이 점등될 때 주차등이 꺼지는 로직이 적용되지만, 미국 연방 안전기준(FMVSS 108조)에서는 주차등이 지속적으로 점등돼야 한다. 

 

북미 사양 차량에 한국용 로직이 오류로 적용되며, 전조등 또는 주차등이 켜진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해당 방향의 주차등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NHTSA는 "차량의 시인성을 감소시켜 충돌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특히 야간 또는 저시야 조건에서 주변 차량이 K5의 방향 변경을 인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아는 이번 리콜이 FMVSS 108조 위반에 해당함을 인정하며, 6월 24일부터 소유자들에게 공식 통지서를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13일 기아 본사가 북미 법인에 한국 시장용 소프트웨어 로직이 일부 차량에 적용됐을 가능성을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기아 북미 엔지니어링 팀은 즉시 현지 차량을 분석했으며, 테스트 결과 방향지시등 활성화 시 주차등이 0.5초 간격으로 깜빡이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북미 기준에서 '지속 점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NHTSA와의 협의 후 리콜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주목할 점은 이번 결함이 소프트웨어 코드의 지역별 적용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기아의 글로벌 생산 시스템에서 북미 사양 차량에 한국용 로직이 할당되는 과정에서 검증 단계의 누락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다국적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면할 수 있는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관리 문제를 보여준다.

기아는 결함 해결을 위해 PDC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8만2281대 중 54%(약 4만4500대)는 원격 무선 업데이트(OTA)로 해결이 가능하며, 나머지 차량은 전국 딜러십을 방문해야 한다. OTA가 가능한 차량은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알림을 수신하게 되며,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팝업을 통해 설치를 진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패치 내용은 단순히 주차등 점등 로직을 북미 규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으로, 설치 시간은 약 10분 내외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4년 4월 이전 제작 차량 중 일부는 OTA 하드웨어 호환성 문제로 인해 반드시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기아는 이에 대한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무상 수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리콜 발표가 2025년형 K5의 가격 인상과 맞물리면서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모델 출시 직후 대규모 리콜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형 K5는 4월 출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23% 판매 증가율을 기록해 왔으나, 리콜 소식이 공개된 6월 첫 주 주문량이 1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지역별 규정 차이를 소프트웨어 코드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전기차와 연결성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차량 소프트웨어의 복잡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경우 지역별 소프트웨어 브랜치 관리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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