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인 호반그룹과 지분 격차 벌어져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이 자사주 전량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이번 자사주 출연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2대 주주인 호반그룹과의 지분 격차도 커지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보유 중이던 자사주 44만44주(발행주식의 0.66%)를 주당 15만600원, 총 662억7000만원에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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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진=한진그룹] |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복지기금에 출연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19.96%에서 20.66%로 증가했고, 호반그룹(18.46%)과의 격차도 2.2%포인트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사주 처분의 실질적 목적이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맞선 경영권 방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호반그룹은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7.44%에서 18.46%로 늘리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사주를 복지기금 등 우호세력에 출연해 의결권을 회복시키는 방식은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은 신주인수권 행사 기회 없이 지분율이 희석되고, 경영권 분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 등 연구기관은 자기주식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를 우호지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으며, 이사회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평가다. 상법상 자사주 처분은 신주 발행과 경제적 본질이 같아,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비슷한 사례로 HL홀딩스, 두산밥캣, 고려아연 등에서도 자사주를 재단 등에 출연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이 반복되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크게 올랐다. 호반그룹의 지분 매집 소식과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조치가 맞물리며,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활용이 장기적으로는 경영 투명성을 저해하고, 일반주주 권한을 약화시켜 기업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한진칼의 자사주 복지기금 출연은 경영권 방어라는 명확한 효과를 가져왔지만, 일반주주 권리 침해와 거버넌스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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