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정책 변수 등 불확실성은 여전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글로벌 공급 부족과 수요 확대 속에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도 관세 부담과 정책 리스크 등 구조적 변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새로 착공할 계획이고,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송배전망 보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는 한국과 일본 역시 변압기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메가트렌드 속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생산능력과 글로벌 공급망을 무기로 실적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매출은 90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 성장했다. ESS 기저효과로 배전기기 매출은 24.4% 줄었지만, 전반적인 실적은 호조세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20.1%에서 올해 1분기 21.5%, 2분기 23.1%로 지속 상승 중이다.
미국 앨라배마 법인에 재고로 잡힌 약 1억달러 규모 물량은 하반기 애틀랜타 법인을 통해 매출로 전환될 예정이며, 2분기 수주잔고도 65.5억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6% 증가했다.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은 현재 구조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같은 환경에서 '공급자 우위' 지위를 앞세워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으며,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주요 수혜주로도 꼽힌다.
AI와 원전,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 등 새로운 전력 수요처가 생겨나는 가운데, 이 회사는 전통적 수주산업의 틀을 넘어 기술 고도화와 납기 경쟁력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 우위 구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현재의 호황 역시 수요의 지속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원전 정책은 정권 교체에 따라 방향성이 급변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나 AI 인프라도 수요의 폭증만큼 규제나 에너지 소비 제한과 같은 외부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향후 수익성 유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는 HD현대일렉트릭이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보다 고객사에 가격을 인상해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호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공급자 우위의 수주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최종 관세율 확정 이후에는 수주잔고 및 신규 수주에 대해 고객사에 비용 전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황인 만큼 관세 이슈는 HD현대일렉트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 업계 관계자는 “부담을 고객사에 전가하겠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통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훼손 우려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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