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무근?' 국민이 묻는 건 승패가 아니라 100%의 안전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때 한국보다 잘 살던 중남미 국가들이 순식간에 ‘실패한 국가’로 전락한 계기는 외세의 침략이 아니었다.
마약 카르텔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사법부와 세관, 정치권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국가의 기본 작동 원리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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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해룡 경정(왼쪽)과 임은정 동부지검장 [사진=연합뉴스] |
판사가 보복이 두려워 판결을 미루고, 국경을 지키는 공무원이 눈을 감는 순간,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2025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불거진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논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하늘 길은 지금도 안전한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끄는 합동수사단은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외압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었다. 수사단은 마약 밀수범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공모한 정황이 담긴 영상을 핵심 근거로 제시하며, 이번 논란을 ‘범죄자들의 기만’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수사관 일부의 시각은 다르다. 백 경정은 검찰이 실제 수사 과정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권력의 최상부를 향한 의혹 제기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그가 공개한 조서와 기록은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엔 가볍지 않다. 현장에서 일하는 수사관들이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지점들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것은 누구의 주장이 더 그럴듯한가를 가르는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논쟁 뒤에 남아 있는 ‘단 1%의 가능성’이다.
마약 수사는 일반 범죄와 동일한 잣대로 다뤄질 수 없다. 마약은 한 번 유통 경로가 열리면, 단속과 처벌로 되돌리기 어려운 사회적 중독을 남긴다. 만약 백 경정의 주장처럼 세관이라는 국가 방어선의 일부라도 외압이나 유착으로 흔들렸다면, 이는 단순한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다. 국경 관리 체계 전체에 대한 경고 신호다.
반대로 검찰의 결론처럼 모든 의혹이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국가 수사 시스템이 조직범죄의 연출에 휘둘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별일 아니었다”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임은정 지검장이 강조하는 객관적 물증과, 백해룡 경정이 말하는 현장의 체감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소돼야 한다. 수사 기관 내부의 신뢰 회복 없이 마약 대응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에 기대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체를 직시하는 ‘마약 방어국’의 자세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정치적 계산이나 조직 보호 논리가 끼어들 여지는 단 1그램도 없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임은정과 백해룡 중 누가 이기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국경이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지를 묻고 있다. 그 질문에 국가는 주저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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