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엑시트 준비설, 384억원 현금 확보 파장

홍세기 기자 / 2025-08-07 14:38:58
무더기 교환사채 발행으로 한미약품·동아그룹 주식 담보 현금화
4자 연합 내부 균열 심화, 220억원 자산 가압류로 대립 격화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무더기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현금 384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자금 조달은 단순한 현금화 차원을 넘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구도와 향후 전략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7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양정밀 법인 명의로 3회에 걸쳐 총 384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으며 4회차 197억5340만원, 5회차 149억8894만원, 6회차 37억2086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교환사채는 표면이율 0%, 만기일 2030년 7월 29일로 설정됐다.


교환 대상은 한미약품(197억원), 동아에스티(37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149억원) 주식으로 총 3건이다. 이는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교환사채 발행으로, 당시에도 신 회장은 한미약품,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를 대상으로 총 500억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 신동국 회장의 현재 지분 현황, 4자 연합 내부 균열과 갈등

 

신동국 회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개인 지분 16.43%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양정밀 지분 6.95%를 합치면 총 23.38%로 단일 최대주주다. 이는 창업주 가족 개별 지분보다 높은 수준으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12.46%),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9.15%), 임주현 부회장(9.70%), 송영숙 회장(6.16%)을 모두 웃돈다.

한미약품에서는 신 회장이 7.72%, 한양정밀이 1.42%를 보유해 총 9.1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한미약품의 3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4자 연합' 내부의 균열이다. 신동국 회장을 제외한 4자 연합 측(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은 최근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자산 약 220억원을 가압류한 상태다.

가압류 대상은 신 회장이 보유한 12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시세 100억원 수준의 한남더힐 아파트(전용면적 233㎡)다. 4자 연합의 계약에는 '보유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가 해당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우선매수권)'가 포함되어 있는데, 신 회장이 이를 어기고 4자 연합이 아닌 외부에 먼저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신 회장의 경영 개입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신 회장이 추천한 배인규 고문이 한미약품 팔탄공장에서 연구개발(R&D) 비용 축소와 인력 감축을 지시해 논란이 됐다. 

 

배 고문은 "R&D 말고 약을 사와라", "약국·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는 지시를 해 한미약품의 핵심 정체성인 R&D 중심 경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논란으로 배인규 고문은 결국 2025년 8월 초 한미약품에서 해촉됐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배 전 고문이 제약업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할 때 사심없이 임직원들과 소통한 내용이 전체 대화의 맥락이 분절돼 알려지면서 오해가 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반발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 엑시트 가능성과 전략적 의도
 

업계에서는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신 회장의 한미약품그룹 투자금 회수(엑시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하기 위해 사모펀드, 법인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보유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현 시가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 지분과 한양정밀 보유 지분에 해당 가격을 대입하면 약 7000억~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 회장이 2010년 한미사이언스에 최초 투자한 420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투자 수익률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 1년여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이 2025년 2월 4자 연합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신 회장의 독자적 행보로 새로운 갈등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4자 연합과 형제 측이 5대5로 팽팽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4자 연합을 이탈할 경우 다시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 4자 연합이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54.42%에서 신 회장과 한양정밀 지분을 제외하면 연합의 우위가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향후 전망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신동국 회장의 교환사채 발행은 여러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있다. 

 

먼저 완전한 엑시트를 통한 투자금 회수 시나리오다. 이 경우 한미약품그룹의 지분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강화 시나리오다. 확보한 현금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입해 그룹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로 4자 연합과의 재협상을 통한 관계 정상화 시나리오도 있다. 현재의 갈등이 일시적 마찰로 귀결되고 기존 4자 연합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이러한 불확실성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의 재점화는 그룹의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주주가치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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