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스 사례와 대조...사업 매각 대신 핵심기술 보호에 초점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본토에서 TV와 생활가전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중국 가전 산업의 성장 속도와 국내 기업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각인시킨다.
중국 시장은 이미 과거의 중국 시장이 아니다. 하이센스, TCL, 샤오미, 스카이워스 등 현지 브랜드들은 TV와 생활가전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대형 TV, 스마트홈, 인공지능 기능 등을 앞세워 기술 격차를 좁혔고, 가격 경쟁력과 내수시장 장악력을 기반으로 외국계 브랜드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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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
여기에 애국소비와 이른바 ‘궈차오’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점점 현지 브랜드 쪽으로 기울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에서 하이센스, TCL, 샤오미 등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94.1%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소니, 필립스, 샤프 등 외국계 브랜드의 합산 출하량은 100만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저수익 사업을 계속 끌고 가기보다 선택과 집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 내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일부 소비자가전 판매는 중단하되, 반도체와 휴대전화 판매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가전 시장에서는 물러서지만, 전략 사업의 축은 남겨두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삼성전자가 중국 내 소비자가전 사업을 현지 기업에 통째로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판매 부문을 축소하면서 핵심 기술과 사업 기반은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철수라기보다 저수익 사업은 줄이고, 반도체와 모바일, 인공지능 기반 제품 등 전략 영역에 역량을 남겨두는 재편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하이디스다.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LCD 사업부에서 출발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이후 중국 BOE 등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LCD 관련 기술과 특허가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광시야각 기술인 FFS 등 핵심 기술은 이후 특허 라이선스와 크로스라이선스의 대상이 됐다.
물론 하이디스 사례를 삼성전자의 중국 TV·가전 판매 중단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중국 가전 업체들의 부상은 정부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 가격 경쟁력, 공급망 장악력, 기술 추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정 기업 하나의 매각이나 특정 기술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흐름은 아니다.
그럼에도 하이디스가 남긴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핵심 기술과 산업 기반이 한 번 해외로 넘어가거나 약화되면, 그 결과는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경쟁자의 성장으로, 국내 기업의 시장 후퇴로, 산업 생태계의 약화로 되돌아올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하이디스와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하이디스가 기업과 기술 기반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 사례로 거론된다면, 삼성전자는 현지 소비자가전 판매를 줄이되 사업과 기술 기반 자체를 매각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접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느냐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사업을 조정하는 것은 기업의 현실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 생산 기반, 인력, 특허, 공급망까지 함께 약화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업 재편은 필요하지만, 산업 기반의 붕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 경계선이 바로 기술이고, 숙련된 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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