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미국 볼티모어 교량붕괴 사고 결국 피소...'10년 된 선박' 책임 공방 가열

홍세기 기자 / 2025-08-05 16:07:50
싱가포르 선주·운항사, 스위치보드 설계 결함 주장
9962TEU급 컨테이너선 달리호 조선소 책임 소송 제기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HD현대중공업이 2024년 3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제품결함 및 과실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됐다. 

 

사고 선박인 컨테이너선 '달리(Dali)'호의 선주와 운항사가 전기시스템 설계 결함을 이유로 조선소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24년 3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사고 현장. [사진= AP·연합뉴스]

 

◆ 1년 4개월 만에 제기된 조선소 책임 추궁 소송

 

지난 1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달리호의 소유주 그레이스 오션(Grace Ocean)과 운항사 시너지 마린(Synergy Marine)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방법원에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품결함 및 과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2024년 3월 26일 새벽 볼티모어항을 출항한 달리호가 전력 손실로 인해 조향 능력을 상실하며 교량에 충돌, 건설 노동자 6명이 사망한 참사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둘러싼 새로운 국면이다.

 

9962TEU급 컨테이너선인 달리호는 HD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해 인도한 선박이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HD현대가 제작·설치한 선박용 스위치보드(switchboard)에 설계 결함이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전기 시스템 이상이 브리지 충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품은 저전압 해제(Under Voltage Release, UVR) 제어 회로다. 제어 신호 와이어가 단자에 제대로 장착되지 않았고, 이는 라벨링 밴드가 터미널에 너무 가까이 배치된 설계 미스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결함으로 회로가 '열린 상태(open circuit)'가 되어 UVR 코일에 전압이 전달되지 않아 블랙아웃(정전)이 발생, 선박이 추진력과 조타력을 상실한 채 다리로 접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 미국 당국 조사 결과도 원고 측 주장 뒷받침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의 사고 조사 결과가 원고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NTSB는 2024년 6월 중간 보고서를 통해 "주 차단기 메인 브레이커와 연결된 제어 회로에서 신호 단절이 확인됐으며, 이로 인한 케이블 연결 불량이 블랙아웃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 측 기술진도 "이 같은 상태가 회로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시인했으며, 후속 실험에서도 이 현상이 재현됐다고 NTSB는 밝혔다. 

 

제니퍼 호맨디 NTSB 위원장은 2024년 4월 상원 위원회에서 "조사관들이 선박의 회로 차단기를 조사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 선박 달리호는 과거에도 반복적인 전기 계통 이상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 전날에도 선박 정박 중 블랙아웃이 발생했으며, NTSB는 이 같은 반복적인 전기 이상이 "선박의 적합성과 안전성에 중대한 의문을 던진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4년 9월 제기한 소송에서 "달리호의 전기 및 기계 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유지 보수됐고, 안전 규정과 국제 해운 규범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변압기와 그 회로 및 차단기가 오랫동안 심한 진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변압기와 전기 고장의 잘 알려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46건의 복잡한 소송전 양상
 

현재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총 46건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 법무부는 2024년 9월 그레이스 오션과 시너지 마린을 상대로 1억 30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양사는 같은 해 10월 1억 200만 달러(약 1410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항로 정리 비용에 한정된 것으로, 교량 재건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메릴랜드주는 교량 재건에 17억 달러(약 2조 3600억 원)에서 19억 달러(약 2조 64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레이스 오션과 시너지 마린은 여전히 자신들의 책임을 4370만 달러(약 607억 원)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 업계 "보증기간 만료로 HD현대 책임 한계" 전망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법적 책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선박 및 엔진 보증기간이 인도 후 1년이라는 점에서 2015년 인도된 해당 선박은 조선소의 손을 떠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보증기간이 끝났으며 10년이라는 선령을 고려할 때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선박의 관리 주체인 선주, 운항을 요구한 용선주, 검사 기관인 선급, 항만청 등 다양한 기관의 관리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리멸렬한 분쟁이 시작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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