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게임 산업 주권 침탈" 반발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한국 대표 게임사 넥슨의 인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게임업계와 정치권, 학계 전반에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를 통해 불거진 이른바 ‘20조원 메가딜’ 가능성은,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선 ‘디지털 주권’ 침탈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등에 따르면 텐센트가 넥슨의 지주사인 NXC 측 유족들과 접촉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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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본사 [사진=연합뉴스] |
텐센트는 과거부터 한국 게임사들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를 확대해온 가운데, 이번 인수설은 경영권 확보라는 한 단계 높은 전략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NXC는 현재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 의장과 두 딸이 지분 67.6%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물납하고 나머지를 회사와 자회사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텐센트가 전격 인수에 나설 경우, 거래 규모는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넥슨 측인 이 같은 외신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보도 이후 게임 산업 계뿐 아니라 학계와 일부 시민사회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이 사안은 외국 자본의 단순 진출을 넘어선 사실상 산업 주권 침탈 시도이며, 결코 정부가 중립적으로 방치할 수 없는 국가 안보적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IT전문 매체는 텐센트 내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넥슨 창업자 가족과 거래를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기업 공식 발표가 아닌 익명 인용에 불과하다는 점,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의도를 감춘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진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텐센트가 최근 유럽과 북미 게임사들에 대한 지분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 시장 재진출도 충분히 현실적인 수순”이라며 “특히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핵심 IP와 협력 경험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노린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게임산업 규제 체계는 이러한 외국 자본의 전략적 침투에 대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비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비상장사의 경영권 인수, IP 독점권 확보 등을 통한 ‘소프트 지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이번 인수설은 현 정부가 게임산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결정적 시금석”이라며 “정부는 즉각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전략 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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