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위험의 외주화'의 비극...하청업체 노동자 또 사망

홍세기 기자 / 2025-07-16 16:03:38
장인화 회장 취임 협력사 근로자 사망자 7명 발생
안전투자와 설비강건화 약속 공허한 메아리 논란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지난 14일 오후 3시 15분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집진기 철거 작업 중 구조물 붕괴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이 15m 높이에서 추락해 1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4년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협력사 사망자는 6명에서 올해까지 최소 7명으로 증가하면서 수조원대의 안전투자와 ‘설비강건화’ 약속이 현장에선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7일 폭염 속에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근로자가 고온의 쇳물이 담겨 있는 용광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반복되는 화재와 추락 사고가 드러낸 것은 형식적 감시 시스템과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여전히 외면받는 노동자 생명뿐이라는 비판이다. 

 

포스코홀딩스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포스코 협력사 사망자 수는 6명으로 2023년 2명에 비해 200% 증가했다. 2022년 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나 늘어난 수치다.

2025년 들어서도 사망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3월 21일 포항제철소에서 포스코PR테크 직원이 설비에 끼여 사망한 바 있다. 
 

특히, 포스코 제철소에서는 연이은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0일과 24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24일 화재는 복구 작업 후 재가동에 들어선 지 불과 5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일어난 것이어서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장인화 회장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목표 생산량, 영업이익, 정비비 절감 등의 단기적 성과에 연연한 것이 이번 화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포스코의 '위험의 외주화' 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6명의 사망자 모두 협력사 소속이며, 올해 광양제철소 추락사고 역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이는 과거 포스코의 중대재해 패턴과 동일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포스코의 중대재해 사망자 17명 중 13명(76%)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것과 같은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취임 후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고 있다. 

 

2024년 인프라부문 협력사에서 집중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 부문의 안전관리가 특히 취약함을 보여준다.

앞서 포스코는 2018년과 2020년 중대사고 이후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안전투자를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예산 투입보다는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는 최근 5년간 소방청의 안전점검에서 다수 '불량' 처분을 받았다. 화재 진화 설비를 임의로 꺼두거나 소화 장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문제가 주로 확인됐다.

이런 문제들은 장인화 회장이 강조한 "설비강건화"의 필요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간 안전관리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도 드러낸다.

화재사고 이후 홀딩스 임원들의 격주 4일제 근무를 주 5일제로 전환하고 "임원과 직책자들은 조업 현장은 물론 모든 경영 활동에서 안전이 확보되도록 솔선수범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런 정신적 각성론이나 기강 강화만으로는 구조적인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반복되는 사고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포스코사내하청 광양지회는 "영상을 촬영하는 노동자 통제 중심의 안전 시스템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즉 노후화된 설비, 부족한 안전 투자, 비효율적인 작업 프로세스 등 시스템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광양제철소 사고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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