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 현장, 반복되는 위험 외주화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강원 동해시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비계 해체 작업을 하던 30대 하청노동자가 8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서부발전에서 우운영하는 태안화력에서 2018년 고 김용균씨, 지난 6월 태안화력 고 김충현씨 사고에 이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발전소 현장에서 벌어지는 중대재해다.
3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2시30분께 동해화력발전소 1·2호기 환경설비 보강공사 현장에서 단기계약직 비계 설치 전문업체 직원 A씨(33)가 작업 발판 사이 빈틈으로 추락했다. 119구급대가 심정지 상태의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후 3시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한국동서발전 본사 전경 [사진=한국동서발전] |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은 환경설비 개선공사를 영진㈜에 맡겼고, 영진은 다시 비계 설치를 하청업체에 재도급했다.
숨진 노동자는 이 2차 하청업체 소속 단기근로자였다. 사고 현장이 발주처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범위에 해당할 경우 한국동서발전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해 책임 범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동해경찰서와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은 비계 해체 과정에서 안전난간·추락방지망 등 필수 조치가 이행됐는지,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공정을 즉시 작업중지 명령하고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죽음의 발전소, 정부가 제2의 김충현을 만들었다”며 즉각적인 구조 개선과 ‘김충현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다단계 하청과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며 원청 책임자 처벌과 전면 안전 점검을 촉구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산업현장 사망 사고에 정치권이 실질적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며 원청·하청 안전관리 실태를 질타했다.
이번 사고는 6월 2일 태안화력에서 재하청 노동자 김충현씨가 공작기계에 끼어 숨진 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김 씨 사고 이후에도 한국전력 5개 발전자회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 6명 모두가 하청·재하청 소속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험 작업의 다단계 재하청 구조를 해소하고, 원청이 실질적 안전관리 의무를 부담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 김용균·김충현 씨 사고 후 정부가 약속했던 2인1조 근무·정비업무 직접고용 전환이 이행되지 않은 것도 근본 대책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는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원청·하청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동해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관계기관 합동 감식을 통해 추락 방지시설 설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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