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사기-금융사 부실 검증 ‘짬짜미’…투자자 피해는 ‘나몰라’

윤대헌 / 2022-02-21 16:06:38
서광디앤알 서모 대표, 법인 바꿔가며 사문서 위조해 대출 실행
금융사, 대주주도 모르는 대출 승인…피해자에 책임 전가 ‘논란’
투자자 A씨, “대주주도 모르는 대출·매각, 금융사·시행사간 합작”

[하비엔=윤대헌 기자] 모 금융투자사가 ‘부실한 검증’으로 대출을 승인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0년 2월 충북 청주 소재 지하2~지상4층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토지 구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행을 맡은 서광디앤알의 서모 대표는 해당 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주주를 물색했고,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A씨는 서광디앤알과 투자합의서를 통해 이익금의 일부를 받는 조건 등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통해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이후 서 대표는 토지 구입을 위한 계약 체결에 이어 모 금융투자사 등으로부터 총 260억원의 브릿지론을 대출받아 토지를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 청주 물류센터 조감도.

 

문제는 서 대표가 당초 투자를 받은 서광디앤알 외에 에이스코드와 서광평택로지스라는 법인을 잇달아 설립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서 대표는 당초 투자합의서에 명시된 서광디앤알이 아닌 서광평택로지스(2020년 12월 설립)를 통해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서 대표는 2020년 11월26일 설립된 에이스코드를 통해서만 사업을 진행하기로 A씨와 합의한 후 투자수익금에 대한 약속어음을 발행해줬다. 하지만 서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에이스코드가 아닌 또 다른 법인(서광평택로지스)을 만든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A씨가 상황 파악에 나서자 서 대표는 서광평택로지스의 주식 전부를 넘기는 공증과 함께 약속어음을 또 다시 체결해줬다.

 

이처럼 여러 법인을 잇달아 설립한 서 대표는 그러나 대주주인 A씨 모르게 이사회 서류와 주주명부 등을 위조해 서광평택로지스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기관에서 법인 회사에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동의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금융투자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출을 승인, 수수료와 이자 명목으로 45억원을 챙겼다.

 

이 금융투자사는 그러나 위조서류 부실검증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가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몰랐고, 서광평택로지스의 대출 승인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투자사의 이같은 해명은 납득이 안 간다.

 

A씨는 “서 대표가 금융투자사에 약속어음과 채권 등의 공증서류를 제출해 서광DNR과 에이스코드의 대주주가 누구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따라서 서 대표가 서광평택로지스로 사업자를 변경해 대출을 신청했을 때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사는 부실검증은 물론 시행사와의 ‘유착’ 의혹까지 받고 있다. 

 

A씨는 “1차적으로 서 대표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금융투자사가 주식 근질권과 주식 포기각서 날인에 대해 한 번이라도 대주주 동의 여부나 대주주 인감증명서를 비교해봤다면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물건은 그러나 서광평택로지스의 대출만기일 하루 전날인 2021년 12월13일 기한이익상실을 이유로 타 시행사에 강제 매각됐다. 연체 등 이렇다 할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생긴 것도 아닌데 대출만기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타 시행사에 매각된 점도 의문이다.

 

서 대표는 왜 투자자 및 금융권을 통해 수 백억원에서 수 천억원의 개발이익이 보장되는 물류센터 건립 사업을 한순간에 빼앗겼을까.

 

A씨는 “서 대표가 나도 모르게 ‘대출만기 이전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대출약정을 불합리하게 변경했다”며 “자신에게 불리하게 대출약정을 변경한 이유가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사 측은 “청주 물류센터 건립 사업은 자재와 인건비 등의 인상으로 투자 사업성이 떨어졌고, 공사기간과 개발수익 예치기간 등 총 3년이 소요돼 투자자들이 투자를 거부해 대출 약정상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며 “대부업법에 따른 처분 조건 때문에 여신금융기관이 아닌 다른 사업자에게 부실채권(NPL)으로 매각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사의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물류센터는 4만5000여평의 대규모 단지로, 대출 당시보다 현재 토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고, 인허가 완료로 프리미엄만 몇 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과는 상반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주 물류센터 개발사업의 경우 대규모 사업인데다 입지 조건도 탁월해 개발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4만500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물류센터는 인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아 프리미엄 역시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투자사가 주장하는 NPL(부실채권) 판단 기준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한편 시행사 대표의 사기행각과 금융사의 부실검증으로 거액의 개발이익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A씨는 서광평택로지스의 서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