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마음을 닦고 자비를 쌓는 것이 불자의 길
어느덧 이 한 해도 서서히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길고도 더디게만 흐르는 듯 보였던 하루하루가, 계절의 바람에 실려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아침 공기는 제법 차가워졌고, 나뭇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투명한 하늘이 드러나는 이때, 우리는 자연이 보여주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법구경(法句經)'에 이르기를 “마음이 청정하면 어디서든 향기를 머금고 꽃처럼 피어난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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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모든 것이 복잡하고 괴로워 보이지만, 마음이 잔잔하면 비록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 바람마저 길이 되고 배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불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탐(貪)과 진(瞋)과 치(癡)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알아차려야 하며, 그 알아차림 속에서 지혜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11월은 다가오는 추위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 날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내려놓지 못하면 남은 시간도 무겁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갔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오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바르게 살라.”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수행은 어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며, 내일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오늘의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도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새롭게 살아갑니다.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한 해를 이루고, 한 생을 만들고, 결국은 우리의 불심을 완성해 갑니다. 그러니 남은 날들을 소중하게 여기십시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내가 받은 도움을 감사히 기억하며, 작은 선행 하나라도 실천하는 마음이 곧 최상의 수행이 됩니다.
이 계절, 낙엽이 땅으로 돌아가듯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오고 가며 머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집착을 내려놓을 줄 알 때 마음은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도, 억울함과 분노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함도 모두 흘러가도록 놓아주십시오. 놓아준 만큼 마음에 여백이 생기고, 그 여백에 지혜와 자비가 깃듭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부처님의 가르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밥 한 숟가락을 들 때 감사하는 마음, 가족을 바라보며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 힘든 이웃을 위해 작은 도움을 내미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이 그대로 수행이며 공덕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이제 남은 한 해 50여 일,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걸음걸음 평온과 지혜를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등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며, 우리가 그 등을 들고 나아갈 때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나를 살리고 남도 살리는 자비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부처님의 가호가 여러분의 가정과 일상 모두에 함께 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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