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K-스타트업체들 틈새를 파고들며 독자적 생존의 길 개척
[HBN뉴스 = 이필선 기자]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은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성장했지만, 그 속살은 여전히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합법적으로 시중은행 계좌를 연동할 수 있는 거래소는 단 다섯 곳, 이른바 ‘빅5 거래소’뿐으로 이를 두고 국내 코인 업계는 왜(?)냐는 물음표로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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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는 물음표로 근본적 이의 제기로 이 독점 구조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 주목을 받는 혁신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대한민국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를 다시금 비추고 있다.
2018년 이후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강화하면서 은행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대폭 높였다. 그 결과를 충족할 수 있었던 곳은 빅5 거래소뿐이었다. 제도의 취지는 투자자 보호였지만, 실상은 중소 거래소의 퇴출과 시장 집중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는 특혜를 또 다른 누군가였던 수많은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에 발 디딜 기회를 잃었고, 혁신 아이디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도 가속화되었다. 이처럼 굳게 닫힌 시장 환경에서도, 뚝심있는 일부 K-스타트업체들은 틈새를 파고들며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토리프로토콜(Story Protocol)’이다. IP(지식재산)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을 표방하는 이 기업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2차 창작·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공정하게 배분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혁신 모델로, 한국 블록체인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K-스타트업으로 주목할 기업은 ‘슈퍼워크(SuperWalk)’다. M2E(Move to Earn) 모델을 선도하며 “운동이 곧 자산이 된다”는 개념을 실현했다. 사용자가 걷거나 뛰며 얻는 데이터를 블록체인화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는, 단순한 코인 거래를 넘어 생활 속 건강 관리와 금융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형 M2E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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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어댑터토큰(시니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디앱(dApp)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며, 코인 생태계 확장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다. 거래소의 독점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의 연결성과 확장성을 키워가는 모델로 투자자와 개발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유망 기업들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의 구조적 불합리를 더욱 부각 시킨다.
K-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상장과 은행 계좌 연동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 체제에서는 소수 거래소가 상장 심사와 계좌 연동 여부를 좌지우지하며 진입 장벽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일부 기업은 해외 본사 이전이나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야만 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잠재적 손실이자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
가까운 일본 금융청을 예로 보면 이들은 모든 거래소에 동일한 인가 요건을 적용해 공정 경쟁을 보장한다. 미국 역시 SEC와 CFTC가 각각 증권형·상품형 토큰을 규제하지만, 코인베이스·크라켄 등 다양한 민간 거래소가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EU는 2023년 제정된 MiCA 규제안으로, 회원국 내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독점'이 아닌 '경쟁의 장'을 마련해 혁신 기업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거래소 인가제로 자본금·보안·투자자 보호 장치 등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은행 의무 강화로 자금세탁방지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소에는 차별 없는 계좌 제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요한 것은 상장 심사 투명화로 외부 전문가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독립 기구를 설치해 상장 기준을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모두가 거들고 있는 독과점 문제를 꼬집으며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빅5 거래소 중심의 독점 구조라는 족쇄를 차고 있다고 관련 기업들은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스토리프로토콜, 슈퍼워크, 어댑터토큰 같은 혁신 기업들은 빛나는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
만약 제도가 이들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제2의 김치 코인'으로 한국은 더 이상 ‘코인 투기의 놀이터’가 아닌, 블록체인 금융 혁신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에 결코 양립 불가능한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추구하는 투명한 운용 방침에 순응하는 공정한 경쟁과 혁신적 기업의 성장이 함께할 때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가상자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련업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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