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②] 한국농어촌공사, ‘설치·운영 확인 후 대가청구’ 명시했는데....VPN 기성금 무엇을 검수했나

박하웅 기자 / 2026-10-02 09:30:51
2025년 납품·2026년 설치 연차사업…공사 “정상 지급”
현장 설치 전 ‘타소보관’ 검수…실제 과정은 확인 필요

[HBN뉴스=박하웅 기자] 한국농어촌공사가 재해예방계측사업에 사용하는 VPN(통신보안장비)을 구매하면서 2025년 1차년도 물품 납품분에 대한 기성금 지급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농어촌공사의 해당 사업은 2025년 장비를 납품하고 2026년 현장에 설치하는 연차사업이다. 따라서 현장 설치 전에 기성금이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미지=한국농어촌공사

 

 

◆ 현장 설치 아닌 ‘타소보관’…무엇을 검사했나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제안요청서에 구매대가 청구와 관련해 ‘모든 사업현장 납품 완료와 정상 설치·운영 확인’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장 설치 전 농어촌공사가 어떤 물품을 어떤 방식으로 검수했고 이를 근거로 기성금 지급 절차를 진행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HBN뉴스 취재에 따르면 농어촌공사의 재해예방계측사업 VPN 추가 구매 사업은 총사업비 약 39억9025만원 규모다. 이 가운데 2025년도 예산은 약 39억302만원, 2026년도 예산은 약 8723만원으로 편성됐다.

 

HBN뉴스가 입수한 제안요청서에는 현장 VPN 장비를 2025년에 납품하고 2026년에 설치하는 사업 일정이 제시돼 있다. 따라서 2025년 말까지 현장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곧 계약 불이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농어촌공사 역시 2025년 지급분에 대해 전체 사업 완료에 따른 최종 대금이 아니라 1차년도 물품 납품분에 대한 기성금이라는 입장이다. 계약에 따라 물품 납품분을 검사한 뒤 대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제안요청서에 ‘모든 사업현장 납품 완료와 정상 설치·운영 확인’ 후 대가를 청구하도록 한 문구가 있는 게 그것이다.

 

공공계약 관련 한 전문가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이번 사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기성금 지급 자체의 적법성 여부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계약서상 일반적인 대가청구 조건과 1차년도 기성금 지급 조건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정가 한 관계자는 “만일 기성금을 지급했다고 할 경우 세금계산서 발행액과 실제 대금 지급액은 구분해야 한다”며 “세금계산서가 발행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금액이 같은 날짜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KX넥스지로 실제 지급됐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무엇보다 세금계산서 발행 시점에 맞춰 실제 납품일과 검수일, 기성금 청구일, 지급결의일, 실제 계좌 지급일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사진=연합뉴스]

 

◆ 계약·검수·대금 지급 과정…실제 계약문서와 일치했나

 

그러나 농어촌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2025년 기성금 지급과 관련해 물품의 수량·모델·규격 등을 확인하는 검사를 진행했으며 검사 대상 물품은 실제 사업 현장이 아닌 별도 장소에 보관하는 ‘타소보관’ 방식이었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타소보관 자체가 아니라 실제 검사 대상 물품이 무엇이었느냐라고 할 수 있다. 계약 대상 장비가 실제로 확보돼 있었는지, 검사 대상 수량은 얼마였는지, 각각의 장비를 계약 물품과 어떻게 대조했는지, 검사조서와 납품확인서 등에 어떤 내용이 기재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정상적인 물품 검사를 거쳐 1차년도 납품분에 대한 기성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장비별 시리얼번호나 MAC주소 등 개별 장비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자료를 보면 실제 장비 납품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담겨 있다”면서 “양측의 설명을 객관적으로 가르는 자료는 결국 계약서, 납품확인서, 검사조서, 기성검사 관련 서류, 지급결의서와 실제 지급내역”이라고 지목했다.

 

한편 HBN뉴스는 지난 9월 30일 [단독① 한국농어촌공사, ‘절대 호환’이 입찰조건인데…계약 후에도 “판단 못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농어촌공사가 기존 장비와의 ‘절대적 연결·호환’을 입찰조건으로 제시했음에도 계약 이후에도 호환성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경위를 보도한 바 있다.

 

사실 이번 기성금 문제 역시 이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수량과 모델, 규격을 확인하는 물품검수와 기존 VPN 장비와 실제 연결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호환성 검증은 서로 다른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농어촌공사가 2025년 기성금을 지급하면서 확인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따라서 물품이 실제로 확보돼 있었는지, 계약상 납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검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이후 2026년 현장 설치 및 호환성 검증과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기성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설치·운영 확인 후 대가청구’라는 계약 문구와 실제 기성금 지급 과정 사이에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는 있다.

 

그러므로 본지는 농어촌공사의 계약·검수·대금 지급 과정이 실제 계약문서와 일치했는지, 그리고 2025년 지급된 물품이 이후 현장 설치와 호환성 검증 과정에서 어떤 상태였는지는 다음 취재에서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다음호>에는 ‘[단독③] 한국농어촌공사 VPN 기술검증 이후...'구형 펌웨어'로 왜 되돌리려했나‘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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